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홀딩 본사에서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홀딩 본사에서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제공
주식예탁증서(ADR)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홀딩(ASML)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이 회사의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ASML홀딩 ADR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487.72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초 대비 64.80% 올랐고, 지난해 11월 초 이후로는 35.02% 상승했다.

이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 코로나19 사태 뒤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고,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ASML홀딩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만든다.

ASML홀딩은 기술력에서 세계적으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몸값을 인정 받고 있다. 경쟁업체로는 일본의 니콘과 캐논이 있지만 ASML홀딩이 85%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다른 기업과 격차가 크다.

이 기업의 실적은 지난해 초 이후 성장세를 보였다. ASML홀딩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1분기 0.93달러, 2분기 2.04달러, 3분기 2.99달러 등으로 계속 늘었다. 지난해 4분기 EPS 컨센서스는 2.88달러다.

다만 미국과 중국 정부의 갈등이 심화돼 중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됐다는 건 위험(리스크) 요인이다. 지난해 초부터 3분기까지 EPS가 올랐지만, 연초에 직전 분기 대비 조정폭(2019년 4분기 2.99달러→2020년 1분기 0.93달러)이 컸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 4분기 컨센서스대로 EPS가 나오면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1달러 감소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정보포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1배로 산업 평균(38.5배)보다 높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