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미국의 주류 금융시장에서 실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됐다.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월스트리트의 자산운용사인 반에크 어소시에이츠가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하는 ETF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체 설계한 비트코인 ETF 신상품의 승인을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반에크가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따내면 최초 사례가 된다. 반에크는 종전까지 두 차례 심사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비트코인을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기엔 투자자 위험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반에크 측의 기대다. 기관투자가들이 지난해 비트코인 대량 매집에 나섰을 정도로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 대형 보험사인 매스뮤추얼과 영국 자산운용사 러퍼,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 빌 밀러, 스탠 드러켄밀러 등은 작년 비트코인을 대거 공개 매수했다. 금융정보업체인 S&P 다우존스는 연내 가상화폐 지수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가상화폐에 비판적이던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이 작년 말 사임한 것도 반에크 측엔 호재다.

지난해 초 개당 7000달러대 초반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3만달러(미 코인베이스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역대 최고가다. 1년간 네 배 넘게 급등했다. 특히 작년 12월 6일 2만달러를 첫 돌파한 지 한 달도 안 돼 50% 더 뛰었다. 비트코인이 ETF를 통해 월가에서 자산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투자자 관심을 더 끌어모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록체인 조사·연구기관인 블록리서치가 작년 말 가상화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1.3%가 “SEC가 조만간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선 77.4%가 “승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