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주요 기관이 내놓는 기업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참고해 투자 대상을 정한다. 평가등급이 나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비중을 줄인다. 이들도 골치를 썩일 때가 있다. 기관별로 평가가 들쭉날쭉한 기업이 상당해 투자 비중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해 S(사회) 부문 평가에서 국내 식품기업 오뚜기에 최고 등급인 A를 줬다. 하지만 같은 기간 ESG 평가기관인 톰슨로이터는 이 회사에 가장 낮은 C-등급을 부여했다. 해외기관과 국내기관이 매긴 점수도 차이가 상당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에 A(우수)를 줬지만 톰슨로이터는 B+(보통), MSCI는 C-(개선 필요)를 줬다.

기업들은 결과가 제각각인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평가기관이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대략적인 기준이라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수천달러에 달하는 정보 이용료를 내라는 답이 돌아온다. 업계 관계자는 “왜 이런 등급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 보니 뭘 개선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며 “대다수 기업이 자기 회사에 좋은 점수를 준 기관의 등급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글로벌 평가기관들의 이해가 부족한 탓에 국내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다. 삼성전자가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ESG 우수 기업 리스트인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에서 제외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기소됐다고 낮은 등급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한국에 유독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법규가 많다는 점은 감안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 부문도 한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은 전염병, 자연재해 등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수십억원씩 기부하며 재난 극복에 앞장서지만 이 같은 활동은 글로벌 평가기관의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기업 환경과 사회적 맥락 등을 반영한 ‘한국형’ ESG지수가 마련돼야 국내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ESG 활동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