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헬스장만 닦을 수 없어 PT영상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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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21 대한민국 다시 뛰자
김승리 건강한 사람들 대표
10년간 꿈꿔온 창업인데 문 닫은지 한 달째
임차료 부담 산처럼 쌓여…막막한 건 사실
비대면 PT 프로그램으로 돌파구 마련
돌아올 회원들 위해 뭐라도 해봐야죠
김승리 건강한 사람들 대표
10년간 꿈꿔온 창업인데 문 닫은지 한 달째
임차료 부담 산처럼 쌓여…막막한 건 사실
비대면 PT 프로그램으로 돌파구 마련
돌아올 회원들 위해 뭐라도 해봐야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덜컥 겁이 났다. ‘오늘은 괜찮을까’라는 두려움. 모든 게 꿈이길 바랐다. 10년 가까이 꿈꾼 창업을 한 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들이닥쳤다. 시작도 못 하고 주저앉을까봐 매일 밤 몸을 뒤척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기가 생겼다. 지금은 “솟아날 구멍을 어떻게든 뚫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송파동의 한 건물 지하에 문을 연 헬스장 ‘건강한 사람들’의 김승리 대표(33) 얘기다. 지난달 30일 만난 그는 “일생일대의 고비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 고비를 잘 버티고 이겨낸 뒤에는 한 뼘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김 대표는 매일 텅 빈 헬스장을 쓸고 닦는다. 165㎡ 남짓한 이 공간에 온기가 깃들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평생의 꿈을 걸고 도전한 창업인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헬스장 문턱을 처음 밟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마르고 왜소한 체격 때문에 고민하던 그는 ‘헬스장을 다녀보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헬스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정말 튼튼한 몸을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가 그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근력운동은 흥미로웠다. 땀 흘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였다. 몇 년 뒤 근육질의 다부진 체형이 됐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때부터 헬스장은 그의 일상에 큰 존재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25세 때 진로를 헬스트레이너로 정하고 헬스장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그는 “군대를 제대한 뒤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했다”며 “누군가의 건강 고민 해결을 도와주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생활체육 지도사 3급(보디빌딩), 한국인재교육원 운동처방사, 노인스포츠지도자 2급 등 다양한 자격을 따고 유명 헬스장 체인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부터 창업 준비에 나섰다. 헬스트레이너 교육을 같이 받던 동료와 공동 창업을 했다. 그동안 모은 돈에 은행 대출을 더해 1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보기 좋은 몸매만 가꾸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헬스장 이름을 ‘건강한 사람들’로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1월 임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만 해도 장밋빛 희망을 그렸다. 헬스장 운영에 자신이 있었고, 노력하면 안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3월 문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질 때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컸다. 김 대표는 “메르스처럼 한두 달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서 김 대표는 창업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9월 2주간 영업을 중단했을 땐 막막함이 극에 달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모바일 메신저로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각 회원에게 집에서 할 만한 운동 방법을 1분짜리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내주는 식이다. 김 대표는 “운동을 제대로 못 해 무력감을 느끼는 회원이 많다”며 “코로나19라고 힘 빠져 있으면 안 된다고 회원들을 독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달부터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PT(개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김 대표는 “회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조금이나마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하루빨리 잦아들어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며 “주어진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상황을 탓하고만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또 다른 시련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가시덤불도 잘 헤쳐가 보려고 합니다. 제가 겪어봤잖아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거든요.”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한 달간 멈춘 김 대표의 꿈
김 대표의 헬스장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한 달 가까이 문을 닫고 있다. 이날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실내체육시설의 영업이 중단됐다. 김 대표는 “한 달 가까이 영업을 못 하는 것은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인 일”이라며 “임차료 등 고정비용 부담만 산처럼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매일 텅 빈 헬스장을 쓸고 닦는다. 165㎡ 남짓한 이 공간에 온기가 깃들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평생의 꿈을 걸고 도전한 창업인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헬스장 문턱을 처음 밟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마르고 왜소한 체격 때문에 고민하던 그는 ‘헬스장을 다녀보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헬스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정말 튼튼한 몸을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가 그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근력운동은 흥미로웠다. 땀 흘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였다. 몇 년 뒤 근육질의 다부진 체형이 됐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때부터 헬스장은 그의 일상에 큰 존재로 자리잡았다.
문 열자마자 위기
처음부터 헬스트레이너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선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김 대표는 “다이어트를 하겠다면서 샐러드만 먹는 친구를 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운동을 곁들인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헬스트레이너의 역할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김 대표는 25세 때 진로를 헬스트레이너로 정하고 헬스장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그는 “군대를 제대한 뒤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했다”며 “누군가의 건강 고민 해결을 도와주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생활체육 지도사 3급(보디빌딩), 한국인재교육원 운동처방사, 노인스포츠지도자 2급 등 다양한 자격을 따고 유명 헬스장 체인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부터 창업 준비에 나섰다. 헬스트레이너 교육을 같이 받던 동료와 공동 창업을 했다. 그동안 모은 돈에 은행 대출을 더해 1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보기 좋은 몸매만 가꾸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헬스장 이름을 ‘건강한 사람들’로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1월 임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만 해도 장밋빛 희망을 그렸다. 헬스장 운영에 자신이 있었고, 노력하면 안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3월 문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질 때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컸다. 김 대표는 “메르스처럼 한두 달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서 김 대표는 창업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9월 2주간 영업을 중단했을 땐 막막함이 극에 달했다.
그래도 다시 뛴다
김 대표는 최근 마음가짐을 고쳐먹었다. 이곳에 등록한 회원은 90여 명. 이들의 건강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데 절망에만 빠져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차라리 창업 초기에 이런 위기를 겪어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벼랑 끝 위기를 겪고 나면 어떤 일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지난달 말부터는 모바일 메신저로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각 회원에게 집에서 할 만한 운동 방법을 1분짜리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내주는 식이다. 김 대표는 “운동을 제대로 못 해 무력감을 느끼는 회원이 많다”며 “코로나19라고 힘 빠져 있으면 안 된다고 회원들을 독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달부터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PT(개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김 대표는 “회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조금이나마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하루빨리 잦아들어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며 “주어진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상황을 탓하고만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또 다른 시련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가시덤불도 잘 헤쳐가 보려고 합니다. 제가 겪어봤잖아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거든요.”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