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반려(伴侶) - 김선향(1968~)
라오스 방비엥 블루 라군으로 가는
비포장도로 한복판을
흰 어미소와 점박이 송아지
그리고 까만 염소,
껑충하고 비쩍 마른 닭 일가가
느릿느릿 건넌다
사람들은 운전을 멈추고
경적을 울리지도 않고
무작정 기다린다

시집 《F등급 영화》(삶창)

새해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갖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많은 것을 속단해온 세상이, 늘 빠르게만 외치던 세상이, 느긋함이야말로 가장 빠른 것임을 알려줬습니다. 여기 한 시인은 비포장도로 한복판을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난데없이 어미소와 송아지, 까만 염소가 뛰어듭니다. 가는 길을 멈춥니다. 경적도 울리지 않는 저 신의 얼굴 앞에서 예의를 배웁니다. 침묵을 배웁니다. 무작정 기다리다보면, 저 초식의 신들은 지나가고 없습니다. 반려의 마음이란 커질수록 좋죠. 무작정 기다리게 만드는 그들에게서 침묵의 언어를 배우는 새날입니다.

이소연 시인 (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