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와 전쟁 중인 의료진 불안·트라우마…V할 수 있게 민·관이 함께 지원해줘야"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응단장은 요즘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울렁증이 생겼다. 최근 도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의료 종사자들로부터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화가 쇄도하지만 함께 갑갑해할 뿐 도움을 주지 못해서다.

임 단장은 2일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의사 간호사 등 현장인력은 불안과 두려움, 정신적 트라우마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에게 혼자 고립돼 있는 게 아니라 정부와 국민이 함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2월부터 야전사령관 격인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응단 단장을 맡고 있다. 도내 보건소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상황을 점검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의료 인력을 적절하게 재배치하고 중증환자를 각 병원에 배분하는 역할도 한다. 그가 관할하는 의료시설은 도내 보건소 46곳과 경기도의료원을 포함한 8개 감염병 전담병원, 중증환자 병상을 제공한 아주대병원 등 9개 상급종합병원까지 총 60여 개에 달한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현장에서 병상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일이 많아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고 했다.

며칠 전 한 간호사가 음압시설을 갖춘 치료 병상이 일곱 개로 모두 찼는데 여덟 번째 환자가 들어왔다며 임 단장에게 자신의 무기력함을 탓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또 다른 요양병원 간호사는 병상 대기중 사망한 환자들을 마주하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환자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상담도 있었다. 임 단장은 “그런 전화를 받으면 마음을 추스르고 평정심을 찾으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중증환자가 급증하면서 경험이 적은 젊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정신적 혼란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단장은 “지금은 전시 상황이고 의사 간호사는 군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단장은 새해 소망을 묻자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소시민의 삶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아들과 함께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새해에도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돼 평범한 삶은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다”며 긴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