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인이 사망에 입 열까…10세 폭행사건에 경찰서 쫓아간 이명박 재조명
"위기아동 대책을 행정사무 다루듯 하지 말고 엄마 같은 마음으로, 자기 일처럼 챙겨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창녕 아동학대’ 사건 발생 당시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해 "그동안 대책이 많았지만 잘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형식적인 행정이 아닌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노력을 다하라는 지적이었다.

정인이 사망 사건은 문 대통령의 당부 4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발생했다.

지난 10월 13일, 생후 16개월의 아이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차디찬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위독한 환자들을 수없이 경험한 응급실 의료진이 보기에도 당시 아이의 상태는 처참했다.

또래에 비해 눈에 띄게 왜소한 데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인해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숨진 아이의 이름은 정인.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입양 271일 만에 하늘로 떠났다.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 과정에서, 양모 장 씨 부부는 모든 게 입양 가족에 대한 편견일 뿐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참담하게도 이들은 건강했던 16개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검찰은 현재 장 씨를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정인이의 죽음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는게 장 씨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실수로는 아이의 췌장이 절단될 만큼의 외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실험을 한 결과 장 씨와 비슷한 체중 56kg의 여성이 소파위에서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 배 위로 뛰어내리는 정도의 충격이 발생해야 췌장 절단에 이를 수 있었다.
文, 정인이 사망에 입 열까…10세 폭행사건에 경찰서 쫓아간 이명박 재조명
서울 양천경찰서가 16개월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3번의 기회를 모두 날렸다.

16개월 정인이의 충격적인 학대 정황이 2일 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된 후 서울 양천경찰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양천경찰서는 차에 아이가 혼자 있다고 신고한 시민은 물론 어린이집 선생님과 소아과 의사가 가정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를 했지만 양부모의 말만 믿고 내사종결했다.

경찰은 두번째 신고와 세번째 신고를 처리했던 경찰관 들에게 각각 경고와 주의 처분을 내렸다. 또 감독 책임을 물어 여성청소년계장에게 경고와 함께 인사조치를 전.현직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주의 처분을 결정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분노를 표현했다.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 제하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아직 미공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측은 아직 청원에 대해 공개를 검토중인 상태다.
文, 정인이 사망에 입 열까…10세 폭행사건에 경찰서 쫓아간 이명박 재조명
정인이 사망사건에 대해 당국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10세 여아 폭행사건을 대충 처리한 경찰에 대노해 일산 경찰서를 찾아가 담당자들을 질책했던 사건이 재조명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산 초등학생 유괴미수 사건'에 관련해 경기 일산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비난했다. 당시 초등학생 강모(10)양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남성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 뒤 납치 당할 뻔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경찰이 단순폭행사건으로 보고해 전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일산 경찰서를 깜짝 방문해 당시 책임자였던 이기태 서장으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어린 여자아이에게 한 것을 폭행사건으로 다뤘다는 것은 '별 일 아니다'라며 간단히 끝내려는 일선 경찰의 (안일한) 조치"라고 질타했다.

늑장대응으로 대부분의 증거를 놓치고 단순폭행으로 처리하려던 경찰은 이 대통령 방문 6시간만에 용의자를 검거해 더욱 빈축을 샀다. 검거하고 보니 용의자는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술을 마신 상태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이 사태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자각한 국민들은 "검찰개혁보다 경찰개혁이 우선이다"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