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승세, 조지아가 걸림돌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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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1일 또 다시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0.65%, S&P 500 지수는 0.64% 올랐고, 나스닥은 0.14% 상승했습니다. 전주 실업급여 청구자수가 그 전보다 1만9000명 감소한 78만7000명으로 집계돼 2주 연속 감소한 게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결국 지난해 연간으로 따져 다우는 7.3% 올랐고, S&P500 지수는 16.3%, 나스닥은 43.6% 급등한 채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새해 연휴 동안에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은 없었습니다. 테슬라가 지난해 연간 목표치인 50만대에 50대 모자라는 49만9550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한 것, 그리고 비트코인이 연휴 기간에 순식간에 3만5000달러 수준까지 폭등한 게 가장 큰 뉴스입니다. 비트코인의 질주는 테슬라 주주들마저 놀랄 정도입니다. 지난해 16일 2만 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은 열흘만인 26일 2만5000달러를 돌파했고, 2일엔 3만 달러를 넘은 데 이어 하루만인 3일 3만4000달러를 뛰어넘었습니다.
이런 상승세는 거래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변동성이 큽니다. 3일에도 한 때 3만3000달러를 넘자마자 다시 3만1000달러까지 순식간에 고꾸라지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5월12일 4년 주기 반감기를 맞아 신규 채굴량이 이전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채굴자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이 블록당 12.5BTC에서 6.25BTC로 감소한 겁니다.
이처럼 공급량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 편입이 늘면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이 지난 12월 매수한 비트코인은 7만2950개로 같은 달 채굴량(2만8112개)의 약 세 배에 달합니다.
여기에 올 들어 페이팔을 통한 비트코인 거래가 시작됐습니다. 벌써부터 1인당 600달러의 부양책 수표를 받은 미국인들이 매수에 가세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 매수가 없었던 이번 연휴 동안 급등한 게 개인 투자자 덕분이란 추정도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부양책 수표 지급은 지난해 3~4월처럼 뉴욕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실업자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뒤 1000만 명 이상 급증한 상태지만 여전히 약 1억5000만 명은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한 대부분에게도 부양책 수표가 지급됐지요.
예상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코로나 백신 보급은 이어지고 있고,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넘칩니다. 9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부양책이 집행에 들어갔고 미 중앙은행(Fed)은 경제가 회복되어도 당분간 돈을 거두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워낙 높아진 밸류에이션이 가장 큰 적"이라면서도 "버블이 생기고 있지만 터질 때까지는 즐기는 게 맞다. Fed가 지금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면 당분간 터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Fed의 태도가 달러 약세와 비트코인 강세를 부르는 근본적 배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공급이 넘치는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공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오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장 뉴욕 증시에 닥친 가장 큰 위험은 5일 연방 상원의원 의석 2개를 놓고 조지아 주에서 치러지는 상원 결선투표입니다.
지난 11월 선거를 통해 상원(총원 100석)에서 공화당은 50석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48석을 얻었습니다. 만약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 모두 승리한다면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드를 던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할 경우 더 많은 부양책뿐 아니라 인프라딜, 의료보험(메디케어 포 올) 확대, 그린에너지 투자, 공립대 무상교육 등에 나설 수 있습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4년간 약 4조 달러(약 4386조원) 이상의 재정 지출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또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28%로 올리고, 개인소득세, 자본소득세 등의 최고세율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셰일오일 채굴 규제, 금융사 규제 등 각종 규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생긴 경기 침체는 백신이 보급되면 살아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부양책의 효과는 증시에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부양 효과도 있겠지만 자산 버블과 변동성을 키우고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가 가장 우려하는 건 역시 증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이후 뉴욕 증시의 랠리는 사실상 감세 효과에 기반을 둔 것인데, 민주당이 다시 세율이 높던 과거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지아 결선투표의 승리 확률은 어느 당이 높을까요. 월가는 최소 1석 이상은 공화당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해 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상원은 여전히 공화당 지배 아래 남으면서 민주당이 추진할 증세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교수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최소 1석은 공화당이 확보해 과반수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을 피하게 돼 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추가 재정 부양책 규모 감소로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조지아는 공화당이 우세한 주입니다. 1988년 이후 조지아에서는 결선투표가 7번 있었지만 민주당이 승리한 건 딱 한 번(1998년)뿐 이었습니다. 또 지난 2000년 이후 조지아 주의 상원 의원 두석은 공화당이 계속 차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조지아는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대선 때 바이든 후보가 500만 명이 투표한 가운데 1만2000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지아에서 이긴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입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4년을 좌우하게 되면서 선거 열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4일 애틀랜타를 찾아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 존 오소프 후보 지지 유세를 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켈리 뢰플러와 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후보를 위한 선거 유세에 나섭니다.
월가 관계자는 “판세가 조금씩 민주당에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를 들어보겠습니다.
① 민주당에 돈이 몰리고 있다
워녹과 오소프는 지난 11월 선거 이후 각각 1억 달러 넘게 모금해 퍼듀(6800만달러)와 뢰풀러(6400만달러)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쏟아지는 지원금까지 민주당 후보들은 5억 달러를 넘게 쓰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공화당도 약 2억 달러 가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민주당보다는 적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②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 11월 대선과 같은 양상
지난해 30일 끝난 사전투표 결과도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모두 300만명이 투표했는데 이는 2008년 결선투표 때 참여했던 210만 명을 훨씬 넘는 숫자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 이후 새로 8만 명 이상이 유권자 등록을 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우세 지역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대선 때 목격했듯이 뜨거운 사전투표 결과는 민주당에 유리합니다. 실제 애틀랜타저널(AJC)에 따르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보다 많은 사전투표가 이뤄졌습니다. 애틀란타 WSB-TV에 따르면 에모리대의 버나드 프라가 교수(선거 전문)은 "최근 사전투표와 유권자 등록 상황을 보면 민주당에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③ 트럼프 없는 선거
트럼프 대통령이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공화당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부양책 수표 1인당 2000달러 지급 주장에 뢰플러와 퍼듀가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고 밝힌 데 대해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④ 공화당 후보들의 스캔들
이번 선거가 재미있는 건 후보들의 아이덴티티가 각 당을 너무나 잘 대변한다는 겁니다. 퍼듀는 리복, 달러제너럴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71세의 거부입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그는 올 1월 코로나 관련 브리핑을 들은 뒤 보유 주식 수백만 달러 어치를 매각해 법무부 조사를 받았습니다. 의원 자격으로 보고받은 정보를 활용한 것이란 의혹을 샀지요. 그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지난 주말 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유세 참여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퍼듀는 작년 11월 상원 선거에서 49.7% 득표율로 민주당의 존 오소프 47.9%에 8만8000표 앞섰습니다. 8만8000표는 3위인 자유당 후보(2.3%)가 확보한 표 수와 같습니다. 진보적인 자유당에 몰렸던 표가 오소프에게 갈 경우 승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공화당의 켈리 뢰플러 후보는 제프리 스프레처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 대주주 겸 회장의 부인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등을 가진 기업입니다. 퍼듀와 같이 지난 1월 코로나 브리핑 직후 주식을 매각해 스캔들에 올랐던 뢰플러는 이번 선거에 2000만 달러의 개인 돈을 쓰고 있으며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며 유세하고 있습니다.
뢰플러는 지난 11월 20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25.9%를 얻어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 후보(1위) 32.9%에 뒤진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의 오소프는 서른 세 살의 젊은 이로 지난해 사망한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워녹의 경우 흑인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있었던 교회의 목사 출신입니다.
⑤ 바람을 타는 민주당 후보들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내 박빙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후보들이 힘을 얻는 모습입니다. 2일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오소프 후보는 48.7%로 퍼듀의 47.5%에 앞서고 있습니다. 또 워녹 후보는 49.1%, 뢰플러 의원을 47.3%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치도박사이트인 프리딕트잇에서는 당초 공화당 후보가 1석 이상 승리할 확률이 80%가 넘는 것으로 봤지만, 1일 기준으로는 이 확률이 60%로 낮아졌습니다. 워녹이 뢰플러를 이길 확률이 51%로 역전됐고, 한 때 71%에 달하던 퍼듀 후보의 승리확률은 59%로 낮아졌습니다.
워낙 박빙이기 때문에 선거결과는 지난 대선처럼 또 다시 소송과 재검표를 거쳐 며칠이 지난 뒤 확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이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월가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민주당 압승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아왔기 때문에 뉴욕 증시에서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인프라딜 등 재정 지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더 큰 문제는 채권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재정 지출을 감안해 시장 금리가 단번에 치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2~1.3%까지 올라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급등할 경우 증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부채가 워낙 불어난 상황이어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증세의 경우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가도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에서도 중도적인 의원 몇몇이 증세 등에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