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가전 소재로 많이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라텍스 장갑의 원료인 NB라텍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등 일부 제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주문이 늘었고, 가격도 올랐다. 이 영향으로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일부 석유화학 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희망 2021 주력산업 전망] 업황 개선 신호 뚜렷…공급과잉 우려 줄어
전문가들은 새해 들어 석유화학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 내에서 가장 안 좋았던 섬유의 경우 도시 봉쇄 조치 등 극단적인 상황이 해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의류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대 이동량이 늘어나면 자동차 타이어 합성고무 가격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위생재, 포장재 등의 수요도 탄탄해 전반적인 업황 개선이 점쳐지고 있다.

공급 부담 우려도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 석유화학산업은 제품 수요 이상으로 공급이 중요하다. 아무리 수요가 늘어도 공급량이 더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성은 감소한다. 석유화학산업의 가장 기초가 되는 소재인 에틸렌의 경우 지난해 약 1300만t의 신·증설이 있었다. 올해와 내년에는 증설 물량이 작년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틸렌 생산설비(ECC) 프로젝트가 일부 중단되거나 취소됐고, 아람코 등 정유사들이 계획했던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보류된 영향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