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대표소송제 도입으로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뿐만 아니라 손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도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사의 회사 운영에 대한 잘못을 묻는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대표소송 사례 자체가 많지 않은 바,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으로 소송 사례가 많아질 지에 대해서는 그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문제가 보다 심각하고 급박한 문제로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 임기 만료 등을 이유로 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회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최대주주 등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3%이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3%룰’이 있었음에도 이번 상법 개정이 특히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존에는 ‘①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 ➝ ②위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결정’하는 2단계 구조였고, 이에 ② 단계에서 ‘3%룰’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그 전 ① 단계인 이사 선임 단계에서 이미 다수결로 최대주주 등이 원하는 이사들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 중 누가 감사위원이 되는지는 크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위와 같은 2단계 구조로 뽑는 감사위원과는 별개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투표를 통해 ‘이사이자 감사위원’ 1명을 뽑는 1단계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위 감사위원 1인은 최대주주 등이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결정이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최대주주 등이 원하지 않는 감사위원 1명이 있다고 하여 감사위원회의 의사가 위 1인의 감사위원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감사위원들도 감사업무와 관련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므로 회사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사활동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감사위원회는 상법상 회사의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감사 활동을 할 수 있기에, 감사 활동 및 회사 경영진의 대응과 관련한 용역 의뢰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속한 로펌에도 이미 ‘형식적인 감사기구가 아니라 기업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내부감시 및 자율감시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감사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위와 같은 요구에 대해 업무 수행의 공정성 및 진실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경영진’의 자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상법상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인 회사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회사이며,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 2조원 미만인 회사는 상근감사를 둘 수도 있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들은 앞서 설명한 2단계 구조에 따른 이점으로 인해 상근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도 많았다.
이에 이번 상법 개정과 관련하여 많은 회사들이 궁금해 한 내용 중 하나는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 2조원 미만인 회사들에 대해서도 위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적용하는 것인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서 법무부는 “이 경우에도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적용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 외에도 기존 3%룰과 섀도 보팅(shadow voting) 폐지가 맞물리면서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여, 전자투표 도입 시 발행주식총수 1/4 이상 찬성이라는 결의요건을 없애고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만으로 감사 및 감사위원 선출이 가능해졌다.
국내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 기업들이 기업 공시 등을 통해 제공하는 자료의 신뢰도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는 점에 기인하며, 내부 감시 활동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은 위와 같은 낮은 신뢰도의 한 원인이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 주식시장은 역대 최고치로 2020년을 마감하였고, 부동산보다는 주식시장에 돈이 몰려야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는 경제인식도 분명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순풍에 돛을 달기 위해서는 기업도 변해야 한다. 이미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상법에 대해 계속된 불만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이번 상법 개정이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고 준법경영 의지를 보여준다면 투자자들 또한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2021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도형 <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