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 올해 첫 주식거래가 시작됐다. 장 초반부터 개인투자자들의 매매가 밀려들었다. 개인들은 장이 열리자마자 수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거래 폭주로 일부 증권사의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A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자들은 장 초반 40분가량 주식 매매를 할 수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장 초반 주식거래가 급증하면서 일부 업무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B증권도 장 초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MTS 접속이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 기록을 쓴 주식시장은 2021년도 뜨겁게 시작했다.
첫날 1兆 산 개미…코스피 시총 2천조 돌파

동학개미에서 동학주주로?

시장의 열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85억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는 37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2.47% 오른 2944.45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들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우선주 포함)을 8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또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SK바이오팜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지만 개인 매수세가 이를 모두 소화하면서 코스피가 2900선을 넘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 반등장을 이끈 개인발(發) 유동성 장세가 올해 첫 거래일에도 이어진 셈이다.

또 다른 숫자는 증권예탁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역대 최고치인 65조623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계좌에 맡겨둔 돈으로, 시장 진입을 기다리는 ‘증시 주변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63조원이 넘는 매수세를 기록한 개인은 현재 이보다 많은 자금을 계좌에 넣어놓고 추가매수 기회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 시총 2000조원 시대로

유동성과 실적개선 및 경기회복 기대에 힘입어 기업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4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028조6444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첫 거래일(1461조4240억원)에 비해 38.81% 급증했다.

주가 상승 기대로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도 늘었다. 신용거래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합산 19조2297억원에 달했다. 같은달 2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9조4536억원)보다 적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달 내로 신용거래 잔액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신용거래투자는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로,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률이 배가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이자비용까지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3000 시대의 조건

주가는 1.8%만 오르면 3000을 찍게 된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안착하려면 시장이 또 다른 전례없는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적장세와 유동성 장세가 동시에 펼쳐질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지수 상승장 지속의 조건으로 수출 증가율 연간 8%, 중국 경제성장률 8%, 투자자예탁금 80조원을 제시했다. 증시 주변자금은 물론 경제 회복과 글로벌 경기 조건이라는 ‘3박자’가 부합해야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레벨 업’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