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핵심 반도체를 구매하기 어려워진 중국 화웨이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약했던 화웨이의 클라우드 사업은 지난해 중국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美 제재에 반도체 막힌 화웨이, 中서 클라우드 사업 키운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새해를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화웨이의 클라우드 부문은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정페이는 화웨이를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통신과 스마트폰에서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반도체를 살 수 없게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화웨이는 이에 대응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16.2%로 알리바바(40.9%)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19년까지만 해도 기존 ‘빅3’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에 밀려 화웨이의 순위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공공기관 고객을 600여 곳으로 늘리는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빠르게 키웠다.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전략을 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해 언제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쟁자들과 달리 비상장사인 화웨이는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요 산업군에서 대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전선을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의 지난해 3분기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50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추산됐다. 2019년 3분기(29억달러)보다 60%가량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일반화하면서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신(新)인프라’로 꼽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클라우드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