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평택서 현장경영 재개…내주까지 국내 사업장 방문
이후 활동은 18일 선고 결과에 달려…구속 피하면 회장 취임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신축년(新丑年) 첫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최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으로 잠시 중단했던 현장 경영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이달 18일 재판부의 최종 선고를 앞둔 가운데, 이 부회장은 다음 주까지 국내 사업장 등을 잇달아 방문해 연초 사업전략과 주요 현안 등을 직접 챙기며 광폭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18일 집행유예가 내려져 구속을 면할 경우 글로벌 경영을 재개함과 동시에 곧바로 현재 공석인 회장 자리에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농단 최종선고 앞둔 이재용, 연초 현장경영 가속화
◇ 두 달 만에 현장경영 재개…18일 선고 전까지 이어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첫 공식 행보로 지난 4일 평택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연 이후 내내 파기환송심 재판에 주력했던 이 부회장이 약 두 달 만에 현장경영을 재개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장비 반입식에 참석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과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5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주까지 수원, 광주, 화성 등 가전·반도체 생산 현장과 AI·전장사업·차세대 이동통신 연구센터 등을 찾아 현장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주요 현안을 살피고 직원들을 격려함과 동시에 최근 삼성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약속한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준법 문화 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자신이 꿈꾸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는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학계, 벤처·중소기업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산업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4일 평택사업장 방문에 5명의 반도체 협력사 대표들이 동행한 것도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통해 건강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국정농단 최종선고 앞둔 이재용, 연초 현장경영 가속화
조만간 노조와의 만남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조 경영진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노조를 찾아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26일로 예정된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의 최고경영자(CEO) 참석 회의에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에서 "최고 수준의 도덕·투명성을 갖춘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앞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7개 관계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들이 준법위의 한계로 지적했던 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을 담은 개선안을 마련해 지난달 28일 준법위에 제출했다.

준법위는 오는 21일 위원장·위원들이 참석하는 정기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한 뒤 26일에는 삼성전자 등 7개 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처음으로 회동할 예정이다.

삼성과 준법위 안팎에선 이날 최고경영자와의 회의에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성사 여부는 앞서 진행되는 18일 선고 공판 결과에 달렸다.

집행유예가 선고돼 구속을 면하게 되면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구속이 결정되면 불가능하다.
국정농단 최종선고 앞둔 이재용, 연초 현장경영 가속화
◇ 구속 피하면 곧바로 총수 취임할 듯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선고에서 구속을 면하면 글로벌 현장 경영도 재개할 전망이다.

18일 최종 선고 전에 가까운 일본 등에 다녀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찮은 분위기여서 선고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측이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도 서두를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지난 6년여간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으나 이 회장의 별세로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당장 사법리스크만 해소되면 취임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중에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과 함께 대표이사나 등기이사 자리에 오르려면 이사회를 거쳐 3월 주주총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금처럼 대표이사는 전문 경영인에 맡기고 회장 타이틀만 가질 것으로 보여 굳이 주총 때까지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재계의 예상이다.

국정농단 재판이 끝나도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한 또다른 재판이 남아 있지만, 이 재판은 수년간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삼성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총수 취임을 한시라도 미룰 이유가 없다"며 "집행유예가 된다면 곧바로 회장 자리에 올라 조직을 다잡고 미래 사업 구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8일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의 미래 먹거리에 대비한 대형 인수합병(M&A)과 사업 투자 여부도 좌우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가 경쟁업체인 자일링스(Xilinx)를,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사들이기로 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는 경쟁사들 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해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LG전자는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사 설립으로 전장사업에서 치고 나가는데 삼성은 손발이 묶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빅 이벤트'는 18일 선고 결과를 봐가며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