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 두자릿수 마이너스 전망
"실업자 15만명 늘고 일본경제 두번째 바닥 진입"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에 긴급사태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미디어들은 일본 정부가 오는 7일부터 약 1개월간 감염이 주로 일어나는 음식점을 중심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5일 보도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수도권 지역에 긴급사태를 1개월간 선언하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88%에 해당하는 4조8900억엔(약 52조원)의 개인소비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작년 4월7일~5월25일 긴급사태를 선언했을 때는 22조엔 규모의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발령될 이번 긴급사태가 개인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의 20%를 넘는다는 진단이다.
일본 전체 GDP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도쿄(19.3%), 가나가와현(6.3%), 사이타마현(4.2%), 지바현(3.7%) 등을 합쳐 33.6%에 달한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조만간 코로나19가 수습될 것으로 기대하고 어떻게든 버텨왔던 기업의 파산과 폐업이 증가해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가 두번째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개인에 대한 현금지급과 휴직 지원금 등 직접적인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대책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 수석 연구원은 "긴급사태 재발령으로 인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두자릿수의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이상할게 없다"고 분석했다.
개인소비의 감소는 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SMBC닛코증권은 수도권에 1개월간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5%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작년 4월 긴급사태선언으로 줄어든 상장기업 영업익 18조6000억엔의 20% 수준이다.
마키노 준이치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료붕괴의 위험이 경제활동을 억누르는 양상이어서 경제가 입는 타격이 상당할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실적의 부진은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외출제한과 영업활동 위축으로 3조3000억엔의 소비가 감소하면서 14만7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소비진작책인 '고투 트래블 캠페인'의 중지가 연장되는데 따른 손실규모도 1000억엔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예정대로 1월11일까지 고투트래블을 중지할 경우 830억엔의 손실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중지기간을 1월말까지로 연장하면 손실규모가 1940억엔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이 음식점의 영업을 단축하는데 집중됨에 따라 요식업을 중심으로 대량 도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작년 12월29일 기준 일본 전역의 코로나19 관련 도산은 843건이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폐업을 검토하는 요식업 경영자가 30%에 달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