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액 일시에 늘거나
연체해도 신용점수 큰 폭 하락
신용점수 900점서 950점 올라도
상위 10%에서 20%로 떨어지면
대출 심사서 불이익 받을 수도
통신요금 연체하면 신용점수 치명적
금융위는 지난 1일부터 신용등급제를 대신해 신용점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개인신용등급제 점수제 전환 발표 이후 2년 만이다. 금융위가 신용점수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실제 신용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신용등급 구분 탓에 대출이 거절되는 등 ‘문턱 효과’를 없애자는 취지다. 예컨대 신용카드 발급이 6등급 이상으로만 이뤄진 탓에 7등급에서도 신용이 6등급 차주와 별 차이가 없는 사람들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이처럼 과도하게 불이익을 보는 금융소비자를 줄이자는 의미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은행은 2019년부터 신용점수제를 시범 적용했고, 이번에 도입하는 곳은 카드·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나머지 금융권이다. 이 같은 신용점수제는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전 금융권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개인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올크레딧)와 나이스평가정보는 신용점수제 전환 시점에 맞춰 신용평가 항목을 일부 개편했다. 눈에 띄는 건 ‘비금융’ 항목이 신설된 것이다. KCB는 전체 신용점수의 8% 비중으로 비금융 항목을 만들었다. 비금융이란 통신요금과 건강보험 등이다.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납부하면 기존 금융이력이 없어도 신용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출을 제때 상환했더라도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연체하면 신용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신용점수에서 또 하나 중요해진 것은 ‘카드 소비 패턴’이다. KCB는 카드 소비 패턴을 포함한 신용거래 형태(33%→38%) 비중을 크게 늘렸다. 나이스평가정보도 신용 형태 비중을 25.8%에서 29.7%로 조정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만 반영됐지만 앞으로는 체크카드 소비 패턴도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신용·체크카드를 무리 없이 적정 수준에서 쓰고 있는지 더 비중 있게 보겠다는 의미다.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가 연체되면 신용점수에도 치명적이다.
남은 대출액 줄일수록 신용점수 상승
남은 대출잔액이 얼마인지도 더욱 중요해진다. 예컨대 지금은 업권(1금융, 2금융)과 대출상품 종류(신용대출, 신차 할부 등), 금액(3000만원 기준) 정도만 신용평가에 반영됐다. 내년부터는 대출 상환 비중과 기존 대출의 금리 구간도 신용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출 상환 이력은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비중이 내려간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현재 연체 및 과거 채무 상환이력’을 40.3%에서 30.6%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췄다. KCB도 24.0%에서 21.0%로 하향 조정했다. 과거에 비해 개인 신용대출 연체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신용거래 기간(15%→9%)도 비중이 내려간다.본인의 신용점수가 상위 몇 %인지도 중요해진다. 예컨대 신용점수가 900점에서 950점으로 올라갔더라도 상위 10%에서 20%로 떨어진다면 대출 심사를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KCB는 기존의 4등급 이하 차주에게 개인 신용점수 하위 50%를 적용할 계획이다. 5등급 이하는 40%, 6등급 이하는 30%, 7등급 이하는 하위 10%를 각각 적용할 계획이다.
카드 발급이나 서민금융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 기준도 점수 기준으로 바뀐다. 6등급 이하에게만 발급된 신용카드는 앞으로 나이스평가정보 점수로 680점 이상 혹은 KCB 기준 576점 이상 차주에게 제공된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은 6등급 이하 차주에서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 이하, KCB 기준 700점 이하로 변경된다. 중금리 대출 시 대출 한도 우대 기준 점수는 기존 4등급 이하에서 나이스 859점, KCB 820점 이하로 바뀐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950점이라고 해서 과거 1등급 수준의 금리를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상위 몇 %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