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뉴욕증시 하락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부터 주식시장이 향후 몇 달 안에 최소 10% 이상의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새해 첫 거래일인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의 상승 기록을 세우며 출발한 듯 보였지만 장 초반부터 매물이 흘러나오며 결국 하락 마감했다. 월가 일각에서 작년 말부터 예견한 조정장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잭임자(CIO) 겸 수석전략가가 증시 하락을 유발할 촉매로 지목한 것은 △조지아주(州) 선거 결과 △4분기 어닝시즌 때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을 가능성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등 세 가지다.

윌슨 CIO는 투자 고객들에게 전하는 노트에서 "극단적인 낙관주의와 높은 밸류에이션이 주식시장에 필요하지만, 본격적인 조정장에선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뉴욕증시의 (고평가로 인해) '위험 보상' 기능이 실질적으로 약화됐고 약세장이 무르익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작년 말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도 상승장 추세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이유로 대량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새해엔 적어도 10%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5일 예정된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두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조지아주 상원 선거를 민주당이 석권하면 상원까지 지배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실현된다. 이 경우 규제 강화와 증세에 대한 부담이 다시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반면 공화당이 최소한 한 석을 차지할 경우 상원에서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이번 결선투표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후보가 박빙인 상황이다. 투자회사 오펜하이머는 조지아주에서 민주당이 두 표를 가져갈 경우 주식시장에서 10% 가량 급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부터 시작될 작년 4분기 어닝시즌에서 기업들이 실적 가이던스를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동안 주식시장에 퍼진 낙관론은 상당 부분 올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을 이룰 것이란 확신이 지배했다. 그러나 윌슨 CIO는 "대기업이 예상보다 늦게 회복하거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시장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도 주가 하락을 일으킬 촉매제로 꼽혔다. 비트코인은 연초 3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다시 하룻밤 새 10%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이 지난해 거의 같은 흐름을 보이며 오른 만큼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면 주식시장 심리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 전략팀은 "경제 불황기에 태동한 강세장은 일반적으로 수개월이 아닌 수년 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전히 미국은 장기 강세장 속에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