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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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예·적금이 지난달 한 달새 7조5000억원 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감소 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제로 금리’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을 깨 증시로 ‘유턴’하는 금융 소비자들도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예·적금 잔액은 673조7286억원을 기록했다. 전달인 11월 말 대비 7조5832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전달 대비 감소폭(10조1690억원)을 제외하면 일년새 가장 많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예금 잔액은 632조4076억원으로 전월(639조8841억원)대비 7조4765억원 줄었다. 적금은 같은기간 1067억으로 소폭 감소했다. 예·적금 모두 감소폭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컸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예·적금이 한꺼번에 빠진 건 6·17 부동산 대책 전후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부동산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지난달엔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적금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총 수신(맡긴 돈) 잔액 역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맡은 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각종 신탁 계좌에서 적지 않은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설명이다. 반면 ‘부동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12월 한 달만에 16조567억원 불어났다. 5월 (19조9079억원)과 11월(16조383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에서 주식 시장·부동산 대기 자금 등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주식시장이 지난해 연말 산타랠리 이후에도 활황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빠져 나간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을 깨 주식에 투자하거나, 연말에 만기가 온 상품을 요구불예금에 돌려 두고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며 “저금리가 지속될 수록 ‘현금을 묶어두면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고 기업(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예탁금은 2020년 11월말 61조5876억원에서 지난달 말 65조5227억원으로 한달 만에 4조원 가량 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연말 자영업 경기 어려워면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예적금, 보험 해약 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며 설명했다.

오현아/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