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서로의 삶을 묻다
소설가 조해진(사진 왼쪽)과 김현 시인이 영화를 소재로 주고받은 편지를 묶어 책을 냈다. ‘영화가 끝나고 도착한 편지들’이라는 부제를 단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미디어창비)다. 영화를 좋아하고 친밀한 두 사람은 각자 본 영화에 대한 느낌을 토대로 삶에 대한 생각을 문답식 편지로 주고받았다. 이른바 ‘편지 에세이’다.

김 시인은 극장의 1인용 좌석이 가장 평화로웠던 10대를 보냈고, 조 작가는 삶의 어느 한 시절을 영화로 무사히 건넜다. 영화를 보고 서로를 떠올리며 쓴 편지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사랑, 행복, 꿈, 우정 등을 찾아가려 애쓰고 있음을 확인한다.

영화를 보고, 서로의 삶을 묻다
책은 “현아, 묻고 싶은 게 있어. 일어나서 내 얘기를 들어볼래? 인간은 아름답니?”라고 묻는 조 작가의 편지로 시작한다. 전쟁고아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다큐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조 작가는 조금씩 차올랐던 슬픔이 이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은 감독, 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은 아름다운지 혹은 인간을 아름답게 보는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고, 우리의 생각은 가변적”이라고 말한다.

김 시인은 이 질문에 “인간은 아름답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기꺼이 답한다. 외로움과 슬픔에 대해 더욱 깊게 탐구하려는 조 작가와 달리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김 시인은 질풍노도의 먹고 살기, 사무 생활기처럼 현실을 보다 구체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안에서 긍정의 힘을 찾으려 애쓴다. ‘인간은 외로움과 싸울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패딩턴역에 홀로 남겨진 어린 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다정한 얼굴을 내미는 영화 ‘패딩턴’ 속 배우 샐리 호킨스를 떠올리면서 뭔가 마음이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영화를 보고 상대방에게 묻고 듣고 답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는 두 사람. 이들의 편지는 각기 다른 삶의 방식 속에서 각자 생각한 생의 의미를 함께 겹겹이 쌓아 올린다. 잃어버린 시절, 상실의 아픔 등 슬픔보다는 환대하고 환대받는 순간, 웃고 떠들면서 체온을 나누고 손끝으로 감정을 느끼는 순간 등에서 기쁨의 방식을 찾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