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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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숙 TNMS 대표 min.gs@tnms.tv
![[한경에세이]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01.24949750.1.jpg)
늙어가는 내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문제와 건강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돼 독립한 자녀들을 자꾸 내 인생으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세상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 같은 소외감으로 우울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립해서 둥지를 떠난 자녀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이것도 비용이 필요하고 잔손이 간다. 나보다 먼저 반려견이 이 세상을 떠날 경우 그 공허함을 이겨낼 자신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없는 돈 낭비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인생을 보람 있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말동무가 돼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 밥을 나눠주는 일은 보람된 일 중 하나다. 나는 요즘 장성한 아들이 독립해 나간 그 빈자리를 노숙인을 돕는 기쁨으로 대신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 이들에게 준비한 식사를 나눠주는 일인데, 이들을 위해 장을 보러 갈 때, 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이들이 내가 나눠주는 밥을 맛있게 먹을 때 아직도 누군가에게 나의 것을 나눠줄 수 있는 상황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내가 그저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뒷방 늙은이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들에게도 엄마의 나누는 삶을 보여주면서 본이 되는 것 같아 좋다. 남을 돕는 일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고 인생에 대한 허무한 생각이 없어졌다. 남은 인생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기쁨과 소망이 일어나면서 생기가 생겼다. 노년기에 겪을 수 있는 홀로 될 불안감과 외로움, 그리고 텅 빈 허전함이 없고 불면증이 없어 좋다. 작지만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니 늙어가며 자녀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이 되는 것 같아 더욱 좋다. 새해에는 노년기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나눔의 봉사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