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위축된 미국 시장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싼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주요 브랜드 중 전체 판매량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5일(현지시간) 지난해 63만8711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도 지난해 판매량이 58만6105대로 전년보다 4.8% 줄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하면 전년 대비 7.6% 감소한 122만4816대다.

GM, 도요타 등 주요 경쟁사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GM과 도요타는 연간 판매량이 각각 11.9%, 11.3% 줄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17.5%), 혼다(-16.3%), 닛산미쓰비시(-32.7%), 스바루(-12.6%) 등도 모두 현대·기아차보다 감소폭이 컸다.

현대·기아차 실적 방어의 ‘일등 공신’은 SUV였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SUV 판매량은 77만2386대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미국 전체 자동차시장이 약 15% 축소된 상황에서도 성장했다. 특히 ‘팰리세이드(8만2661대)’, ‘텔루라이드(7만5129대)’ 등 고급 대형 SUV는 전년보다 판매량이 늘었다. 모델별 전체 판매 1위는 현대차의 준중형 SUV ‘투싼(12만3657대)’이 차지했다.

환율 하락(원화 강세)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산업은 환율이 올라야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하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당히 하락했는데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