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망자 20%는 5인 미만 사업장인데…여야, 적용 제외 합의
처벌 수위도 정부 의견보다 후퇴…노동계 반발 불가피
처벌 낮추고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중대재해법 실효성 우려
작년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후진국형 대형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실효성 없는 법이 되고 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 수위를 낮춘 데 이어 소규모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노동계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6일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영세 사업장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할 경우 사업주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아니고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법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국내 제조업 산재 사고 사망자 206명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42명으로, 20.4%에 달한다.

산재 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꼴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라는 얘기다.

사업장 규모별로 산재 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5∼49인 사업장(122명)이었다.

50∼299인 사업장(30명)과 300인 이상 사업장(12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노동계가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유예 방안에 대해서조차 강하게 반대해온 것도 영세 사업장의 산재 사망 사고가 그만큼 빈발하기 때문이다.

영세 사업장이 산재 예방 인프라를 갖추는 데 부담이 크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소규모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를 당장 적용하기 어려울수록 정부가 예산과 인력 지원 계획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벌 낮추고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중대재해법 실효성 우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보다도 후퇴했다.

정부는 50∼9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포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법 적용에 시차를 두되 예외를 허용하지는 않은 것이다.

여야는 산재가 아닌 공중 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인 '중대시민재해'도 10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음식점과 같은 다중 이용업소의 경우 바닥 면적이 1천㎡(약 302평) 미만이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 강도도 의원 발의안보다 상당 수준 낮춘 상황이다.

여야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의원 발의안보다 처벌 강도가 낮은 정부 제안(2년 이상 징역형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형)과 비교해도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의 하한선은 없앤 것이다.

민주노총은 "우리가 하한형 도입을 주장한 것은 (산재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었다"며 "처벌 수위를 지나치게 낮춰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합의대로 처벌 강도도 낮고 영세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경우 노동계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처리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재계의 눈치를 보며 말도 안 되는 '법안 깎아 먹기'를 중단하라"며 실효성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