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사진)가 이례적으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접 겨냥해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정세균 총리는 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세균 총리는 "저의 신년 인터뷰에 대해 주신 말씀 감사드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토의해보고 싶다"며 "인터뷰에서 밝힌 바처럼 재정건정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라고 생각한다. 민생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고, 어떠한 경제지표도 민생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고 이 지사 의견에 일부 동의했다.

하지만 정세균 총리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정세균 총리는 "감염병 차단을 위한 거리두기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업종에서 경우에 따라 사정이 나아진 분들이 계신 것도 사실"이라며 "이처럼 재난에서 비켜난 분들에게 정부 지원금은 부수입이 되겠지만,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은 사업자분들에게는 절실하고 소중한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이재명 지사 제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에',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소비돼야 한다"며 "이런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 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대신 "코로나19로 생계 곤경에 처한 저임금 근로소득자에 대한 지원은 급박하기에, 정부는 이분들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는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다음은 정세균 총리 페이스북 글 전문.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
이재명 지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역경을 헤쳐나가는 든든한 동지입니다. 올 한 해도 이재명 지사님과 함께 힘을 모으면 반드시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서신을 드리는 이유는 저의 신년 인터뷰에 대해 주신 말씀에 감사드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토의해보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인터뷰에서 밝힌 바처럼 “재정건전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지사님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민생 우선 정책 철학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재정건전성도 중요하고, 국가부채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생이 무너지면 다 무너집니다. 어떠한 경제지표도 민생보다 앞서는 것은 없습니다.

꼭 필요할 때,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서 경기 침체에 대처하면 궁극적으로는 경제 위기로 인한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적극재정'을 통해 재난 사태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앞으로도 민생 우선 기조를 견지해 나갈 것입니다.

지사님의 애정 어린 조언을 귀담아듣겠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맞아, 모든 공직자들은 혹여나 개발연대 인식에 갇힌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합니다.

곧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됩니다.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조치이지만 이것으로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실 수는 없습니다. 기존 관행을 벗어난 과감한 발상이 필요합니다. 나라 살림을 아껴 쓰자는 살뜰한 마음을 존중하되, 꼭 필요한 부문에 대한 적재적소의 지원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며칠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고통에 비례해서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앞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감염병 차단을 위한 거리두기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업종에서 경우에 따라 사정이 나아진 분들이 계신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재난에서 비켜난 분들에게 정부지원금은 부수입이 되겠지만 문을 닫아야만 하는 많은 사업자분들에게는 절실하고 소중한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지원대상인 대면업종 종사자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름으로써 우리 사회에 커다란 이득을 안겨줬지만 이로 인한 손해는 오롯이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보상하고 책임지는 일은 마땅히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해야 할 사명이자 사회연대의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번에 지원받지 못한 국민 가운데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생계 곤경에 처한 저임금 근로소득자에 대한 지원은 급박합니다. 정부는 이분들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이번 재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드리웠던 깊은 그늘을 하나씩 걷어나가는 게 유효한 방법입니다. 일거에 해결하면 좋겠지만 사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실행하기는 쉽지만 효과가 불분명한 방안보다, 실행이 어려워도 효과가 분명한 방안이 있다면, 정부는 그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정부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립니다.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에',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소비되어야 합니다. 이런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원팀입니다. 지금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모아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