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기술수출한 알테오젠, SC 차별화 전략은…
알테오젠이 국내 바이오기업 중 올해 처음으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2019년 11월 2건의 기술수출에 이은 세 번째 성과다. 이번 기술이전과 지난 11월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업계에선 알테오젠이 피하주사(SC) 제형을 무기 삼아 바이오시밀러 진출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테오젠의 SC를 적용해 만든 약은 다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어떻게 다를까.

85개국에 바이오시밀러 공급하는 인타스에 기술이전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인 ‘ALT-B4’를 이용해 2개 바이오의약품을 SC 형태로 개발한 뒤 아시아 3개 국가를 제외한 전세계에 상용화할 수 있는 권리를 인타스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인타스파마슈티컬스는 인도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이다. 이번 계약으로 알테오젠은 계약금 65억원과 단계별 성과금(마일스톤) 1185억원을 받게 된다. 향후 매출에 따라 최대 10% 이상의 로열티를 지급받는 조건도 이번 계약에 포함됐다.

업계에선 인타스파마슈티컬스가 알테오젠의 기술을 도입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SC로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허셉틴 SC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술이전계약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셉틴은 연간 8조원 이상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로슈가 개발한 트라스투주맙 성분 유방암 치료제다.

인타스파마슈티컬스는 인도에 본사를 두고 85개국에 바이오시밀러를 공급 중이다. 2019년 인도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엘레프타’를 내놨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어코드헬스케어도 지난해 7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제르스팩‘으로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았다.

어코드헬스케어가 뛰어든 트라수투주맙 시장을 더 들여다 필요가 있다. 이 시장에선 오리지널 제품 외에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각축 중이다. 셀트리온은 허쥬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온트루잔트라는 이름으로 유럽, 미국 시장에 제품을 내놨다. 암젠도 2018년 칸진티란 제품명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내놓는 7번째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 탄벡스바이오파마, 헝가리 게데온리히터에서도 임상 3상을 진행하며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피하주사 VS 정맥주사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거나 품질 개선 하지 않으면 셀트리온, 로슈, 암젠 등 기존 트라스투주맙 시장의 강자와 경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SC 제형으로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하는 전략이 쓰이고 있다. 정맥주사가 정맥에 직접 주삿바늘을 꽂는 방식이라면 SC는 피부 속에 투여된 약물이 미세혈관을 통해 굵은 혈관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방식이다.

트라스투주맙을 SC 제형으로 판매 중인 회사는 허셉틴을 개발한 로슈가 유일하다. SC 제품이 트라스투주맙 시장점유율의 50%가량(4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 허셉틴 SC와 경쟁해 그 몫을 30%만 가져갈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있다면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만약 이 매출분의 10%를 로열티로 가져가면 해마다 1200억원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물질인 ALT-B4를 이용해 정맥주사 형태인 치료제를 SC로 바꿀 수 있는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투여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정맥주사를 5분 이내 투여 가능한 피하주사로 바꿀 수 있다. 한 번에 투여 가능한 약물 용량도 4배가량 끌어올려 투여 횟수를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집에서 환자가 스스로 맞을 수 있는 자가주사제로 널리 알려진 비만치료제 삭센다도 피하주사제다. 코로나19 유행 지속돼 병원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선 SC 제형의 경쟁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열안전성 높이고 면역원성 낮춰

치료제 마다 다르지만 항체치료제는 1회 투여 시 200~500㎎ 가량을 주사한다. 이 정도 용량을 피하주사로 투여하면 피부가 붓고 고통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투여 용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용량을 줄이려면 약물 농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약물 농도를 높이다 보면 약물 속 단백질들이 엉겨붙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SC 치료제를 만드려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약물이 엉겨붙지 않을 정도로만 약물 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거나 단백질들이 엉기지 않도록 하는 계면활성제를 섞어 SC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이용해 정맥주사를 SC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은 세계에서 알테오젠과 미국 할로자임 두 곳만 갖고 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부 속 피하조직을 일시적으로 끊어주는 작용을 할 수 있다. 피부 조직이 느슨해지니 부작용 없이 많은 양의 항체치료제를 피부 속에 투여하는 게 가능하다.

우리 몸에선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히알루로니다제가 활용된다. 정자는 난자와 수정되기 위해서 난자의 세포막을 뚫어야 한다. 이 때 이 세포막을 뚫는 역할을 하는 게 PH20 효소다. 할로자임은 이 PH20을 의약품에 적용해 정맥주사를 SC로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알테오젠은 할로자임보다 한 단계 더 나갔다. 유전공학적으로 만든 PH20 효소에 ‘히알’이라는 단백질을 더 붙였다. 이렇게 만든 ALT-B4는 기존 히알루로니다제보다 열안전성이 우수하고 면역원성이 낮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면역원성은 약물이 체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를 뜻한다. 면역원성이 높은 경우엔 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SC 제형으로 차별화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자회사로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세우고 직접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할 준비도 하고 있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의 임상과 마케팅을 책임진다.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ALT-L9’는 올 연말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아일리아는 독일 바이엘과 리제네론이 공동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다. 알테오젠은 허셉틴 외에 옵디보, 리툭산, 레미케이드 등 다른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SC 제형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이번 계약으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2개의 SC 제품을 조기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며 “지난해와 2019년 ALT-B4를 도입해 간 기업 두 곳도 올해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