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3000년 역사 중 최소 1100년 동안 전쟁 중이었다. 로마제국은 그 역사의 절반 이상이 전쟁 중이었다. 1776년에 수립된 미합중국이 지금까지 전쟁을 벌인 시간은 100년이 넘는다. ‘황금시대’로 기억되는 평화기는 사실 그렇게 평화롭지도 않았다.”

조너선 홀스래그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국제정치학 교수의 신작 《권력 쟁탈 3,000년》에 나오는 대목이다. 저자는 《중국 vs 아시아, 그 전쟁의 서막》 《실크로드 트랩》 등을 통해 외교와 전쟁의 지정학적 특성을 설파해 왔다. 이번엔 기원전 1000년 철기시대부터 21세기 초까지 약 3000년에 걸친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들여다봤다.

역사를 250년 단위로 구분해 13장으로 목차를 짰다. 고대 이집트, 중국 한나라, 로마제국, 이슬람제국, 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 등을 다룬다. 시기별 서술 지역은 인구와 병력, 국제사회 내 위상 변동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되는 원인은 네 가지다. 첫째는 지배자의 권력과 야심이다. 나라의 힘이 너무 커져도, 너무 작아져도 전쟁은 일어났다. 국가의 힘이 강해지면 인근 지역을 정복하려고 공격했다. 국력이 쇠하고 내부 정치세력이 붕괴되면 이웃 나라가 쳐들어왔다. 국내 반란과 소요를 진압하려고 외세를 끌어들였다가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는 안보다. 한 나라가 안보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주변 나라들은 불안해한다. 안보력을 키우는 게 공격을 위한 것인지 방어를 위한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 경쟁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다음은 중요 교역로를 장악하려는 욕망.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실크로드다. 고대 이란 왕국이던 파르티아제국, 인도의 쿠샨제국, 흉노 연합국 등이 실크로드를 차지하기 위해 난투를 벌였다.

마지막은 종교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와 신념은 반드시 ‘성스러운 전쟁’을 일으켰다. 역사상 많은 종교가 평화와 자비를 설파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전쟁의 원인과 근거가 됐다. 십자군전쟁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평화를 만드는 건 도덕이나 이상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라며 “인간의 도덕성에 기대어선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으려면 권력을 키워야만 하고 권력은 일단 최선의 안보”라고 설명한다. 힘이 있으면 타인에게 지배당하지 않는다. 힘이 없으면 착취와 결핍과 학대를, 최악의 경우엔 죽음까지 강요당한다. “황금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식을 전쟁에 내보내야 했고 무거운 세금을 내야 했다. 전쟁은 수평선에 걸린 불길한 먹구름처럼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안보와 탐욕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주장한다. 발전은 새로운 욕망을 낳고,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

평화라는 이상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그토록 빈번하게 밀려난 이유를 설명할 단 하나의 완벽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념해야 할 점은 있다. 전쟁은 어쩌다 실수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시기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외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전쟁을 막은 훌륭한 외교의 공통점은 안정과 권력을 동시에 얻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을 직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외교는 겸허함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두려움과 질투가 얼마나 파괴적인 힘인지 인정하고 외교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교 협상 상대와 공감을 주고받는 게 출발점이다. 상대의 행동 목적이 근본적으로 무엇인지 알아야 판단 착오를 막고, 불신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