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버핏도 75년간 뚝심투자…부자 되려면 '시간'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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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지음 / 이지연 옮김
인플루엔셜 / 396쪽│1만9800원
WSJ 기자 출신 저자 모건 하우절
실화 바탕 20개 투자 이야기 들려줘
富 쌓는데 실력보다 심리가 더 큰 영향
모건 하우절 지음 / 이지연 옮김
인플루엔셜 / 396쪽│1만9800원
WSJ 기자 출신 저자 모건 하우절
실화 바탕 20개 투자 이야기 들려줘
富 쌓는데 실력보다 심리가 더 큰 영향
도널드 제임스 리드는 미국 버몬트주의 시골에서 태어나 고졸 학력이 전부인 평범한 청소부였다. 25년간 주유소에서 자동차를 수리했고, 이후 백화점에서 바닥을 쓸었다. 2014년 92세로 죽자 그에 관한 기사가 주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리드는 자신이 번 얼마 안 되는 돈을 저축했고, 그 돈을 우량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수십 년간 기다렸다. 결국 저축했던 돈은 복리로 불어나고, 주가가 크게 올라 800만달러(약 87억원)가 넘는 자산을 갖게 됐다. 그중 200만달러를 의붓자식에게, 600만달러를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기부하며 이름을 알린 것이다.
반면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메릴린치의 중역을 지낸 리처드 퍼스콘은 백만장자로 은퇴했다. 화장실이 11개, 엘리베이터와 수영장이 있는 대저택을 지은 그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하루아침에 파산했다. 저택은 헐값에 압류당했고, 그는 무일푼이 됐다.
90억원 가까운 자산을 남긴 청소부와 하루아침에 파산한 백만장자 투자자. 무엇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걸까. 전직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이자 현재 미국 최고 경제 매거진의 하나로 꼽히는 팟캐스트 ‘모틀리풀’의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은 이들의 사례가 동시대에 공존할 수 있음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재무적 결과는 재능과 노력, 학력 등 이른바 사람의 능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의 축적은 과학이나 숫자보다는 오히려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우절은 두 번째 사실에 주목했다. 돈과 관련한 심리, 돈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소프트 스킬을 그는 ‘돈의 심리학’이라고 부른다. 그는 《돈의 심리학》을 통해 기술적 측면보다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로 설명한다.
책에 담긴 총 20개의 투자 이야기는 모두 실증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중에서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부를 쌓은 과정을 다룬 이야기는 미국에서만 2000권이 넘는 도서로 출간됐다. 하지만 저자는 “가장 간단한 사실에 주목한 책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그가 큰 재산을 모은 것은 ‘그냥 훌륭한 투자자’여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훌륭한 투자자’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버핏은 75년 동안 내내 경이로운 투자자였다. 버핏의 순자산 845억달러 중 842억달러는 쉰 번째 생일 이후 축적됐다. 그중 815억달러는 60대 중반 이후 생겼다. 그가 30대에 투자를 시작해 60대에 은퇴했다면 아무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평범한 10대와 20대를 보냈다면 그의 자산은 대략 평균적으로 2만달러 정도였겠지만 그가 서른 살에 축적한 순자산은 이미 100만달러(현재가치 930만달러)였다. 저자는 “리드와 마찬가지로 버핏 역시 투자라는 재주보다는 복리의 원리, 다시 말해 ‘시간’을 믿었다”며 “사춘기부터 노년기까지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오랜 시간 괜찮은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한 덕에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찰리 멍거와 함께 버핏의 투자 단짝이었던 릭 게린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세 사람 모두 부자가 되는 재주를 가졌지만 게린은 사라졌다. 무엇이 달랐던 걸까. 게린은 두 사람보다 서둘러 성공하길 원했고 무리하게 대출금을 사용해 투자금을 늘렸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자 결국 가지고 있던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버핏에게 팔았다. 저자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부자로 남아 있는 것, 즉 살아남는 일이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스무 개의 이야기를 통해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지, 돈과 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1억원짜리 고급 외제차를 몰고 부유한 동네에서 살면서 현재 소비에 충실한 부자(the rich·소비부자)가 되느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자유를 위해 자산을 확보한 부자(the wealth·자산부자)가 될 것인가. 저자는 어떤 관점과 태도로 부를 추구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진짜 부는 차지 않은 시계,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와 고급차처럼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아직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다시 말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영원한 행운은 없고, 세상은 친절하지 않기에 부를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선 이익 자체보단 ‘생존’을 전략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큰 이익도 전멸을 감수할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부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반면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메릴린치의 중역을 지낸 리처드 퍼스콘은 백만장자로 은퇴했다. 화장실이 11개, 엘리베이터와 수영장이 있는 대저택을 지은 그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하루아침에 파산했다. 저택은 헐값에 압류당했고, 그는 무일푼이 됐다.
90억원 가까운 자산을 남긴 청소부와 하루아침에 파산한 백만장자 투자자. 무엇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걸까. 전직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이자 현재 미국 최고 경제 매거진의 하나로 꼽히는 팟캐스트 ‘모틀리풀’의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은 이들의 사례가 동시대에 공존할 수 있음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재무적 결과는 재능과 노력, 학력 등 이른바 사람의 능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의 축적은 과학이나 숫자보다는 오히려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우절은 두 번째 사실에 주목했다. 돈과 관련한 심리, 돈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소프트 스킬을 그는 ‘돈의 심리학’이라고 부른다. 그는 《돈의 심리학》을 통해 기술적 측면보다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로 설명한다.
책에 담긴 총 20개의 투자 이야기는 모두 실증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중에서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부를 쌓은 과정을 다룬 이야기는 미국에서만 2000권이 넘는 도서로 출간됐다. 하지만 저자는 “가장 간단한 사실에 주목한 책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그가 큰 재산을 모은 것은 ‘그냥 훌륭한 투자자’여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훌륭한 투자자’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버핏은 75년 동안 내내 경이로운 투자자였다. 버핏의 순자산 845억달러 중 842억달러는 쉰 번째 생일 이후 축적됐다. 그중 815억달러는 60대 중반 이후 생겼다. 그가 30대에 투자를 시작해 60대에 은퇴했다면 아무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평범한 10대와 20대를 보냈다면 그의 자산은 대략 평균적으로 2만달러 정도였겠지만 그가 서른 살에 축적한 순자산은 이미 100만달러(현재가치 930만달러)였다. 저자는 “리드와 마찬가지로 버핏 역시 투자라는 재주보다는 복리의 원리, 다시 말해 ‘시간’을 믿었다”며 “사춘기부터 노년기까지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오랜 시간 괜찮은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한 덕에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찰리 멍거와 함께 버핏의 투자 단짝이었던 릭 게린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세 사람 모두 부자가 되는 재주를 가졌지만 게린은 사라졌다. 무엇이 달랐던 걸까. 게린은 두 사람보다 서둘러 성공하길 원했고 무리하게 대출금을 사용해 투자금을 늘렸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자 결국 가지고 있던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버핏에게 팔았다. 저자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부자로 남아 있는 것, 즉 살아남는 일이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스무 개의 이야기를 통해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지, 돈과 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1억원짜리 고급 외제차를 몰고 부유한 동네에서 살면서 현재 소비에 충실한 부자(the rich·소비부자)가 되느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자유를 위해 자산을 확보한 부자(the wealth·자산부자)가 될 것인가. 저자는 어떤 관점과 태도로 부를 추구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진짜 부는 차지 않은 시계,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와 고급차처럼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아직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다시 말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영원한 행운은 없고, 세상은 친절하지 않기에 부를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선 이익 자체보단 ‘생존’을 전략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큰 이익도 전멸을 감수할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부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