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그들만의 잔치 '세종시'를 바라보며… [김하나의 R까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0억 호가 말도 안된다던 세종시…이제는 흔해빠져
전셋값 2억 →3.9억, 5개월 만에 두배 오르기도
분양 물량 적은데다, 일반공급은 '새발의 피'
전셋값 2억 →3.9억, 5개월 만에 두배 오르기도
분양 물량 적은데다, 일반공급은 '새발의 피'

지난해 7월. 세종시의 아파트 매물이 들어가고 호가가 뛰었다는 기사를 쓰고 난 직후, 기자는 독자들의 메일을 몇통 받았다. 항의의 메일임에도 답변을 써서 보냈지만, 황당하게도 기자의 답변 메일은 세종시 인터넷 카페에 버젓이 공개됐고 악플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악플은 "집값이 기사처럼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속뜻을 알아주는 독자가 있다는 생각에 안도를 했다. 호가가 올라가고 기존 계약은 취소되고, 실거래가가 상승하는 흐름은 한두번 봐온 터가 아니었다. 당시 세종시를 취재하면서 걱정됐던 건 전세였다. 전셋값이 워낙 쌌던 세종시였지만, 집값이 오르면 외지에서 집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이들은 당연히 높은 전셋값을 끼고 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전과 청주 등 주변 집값이 한창 오르고 세종시로 투자자들이 몰려오던 타이밍과도 맞아 떨어졌다.
작년 7월 '세종시 천도론' 이후…집값·전셋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천도론'을 꺼내들었던 건 지난해 7월20일이었다. 김 대표의 연설문 중간 제목에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주거권을 보장하겠습니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합니다가 포함되어 있었다. 앞서 발표한 7·10대책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입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호가로 보도돼 비난을 받았던 '10억 아파트'는 이제 흔해졌다. 중대형의 매매가도 대출이 불가능한 선인 15억원을 넘었다. 지난달 한솔동 첫마을 3단지 퍼스트프라임(전용 149㎡)는 17억원에 매매됐고, 앞서 반곡동 수루배3단지 리슈빌더리버(전용 134㎡)도 17억원을 찍었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는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출제한이 걸리는 9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중형 아파트인 옛 기준으로 30평~40평대에 줄줄이다.
반년도 안돼 두 배 오른 전셋값 '세입자 고통'
세종시 집값이 이처럼 기름이 달궈지듯이 급격히 움직이는 이유는 '대체'가 없어서다. 세종시는 대부분 '새 아파트'로 조성되어 있다. 다른 지역처럼 주택형태를 옮겨가면서 주거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가 비싸면 빌라로 갈아타거나, 신축이 비싸면 구축으로 이사가는 게 도시의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모듈처럼 획일화된 아파트들이다보니 시차만 있을 뿐 집값은 같은 흐름을 보이곤 했다.![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01.23378310.1.jpg)
세종시에서 세입자로 버티면서 청약을 꿈꿔도 소용없다. 정부가 수차례 뜯어고친 덕분에(?) 일반인에게 돌아가는 세종시 아파트는 거의 없게 됐다. 올해 세종시 첫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6-3생활권의 ‘세종리첸시아 파밀리에’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전체 공급 물량 1350가구 가운데 전용 85㎡ 이하 일반 분양 물량은 고작 24가구가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서다. 전용면적 85㎡ 이하 기준으로 보면 1212가구 중 24가구다. 98%는 특별공급이고 단 2%가량만 일반에 배정된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단지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신혼부부(20%), 생애 최초(15%), 다자녀(10%), 기관 추천(10%), 노부모 (3%) 등 58%가 특별 공급으로 배정돼야 한다. 여기에 세종은 이전 기관 공무원들에게 전체 물량의 40%를 추가로 특별 공급으로 배정한다. 이를 합하면 98%가 특별공급이 되는 셈이다.
공무원 배정·생애최초 특공 확대…세입자 일반공급 기회도 없어
이렇게까지 기형적으로 특별공급이 늘어난 이유는 김태년 대표가 입법을 강조했던 7·10 부동산 대책에서 비롯됐다. 민영주택에는 없던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7~15%(공공택지 15%, 민간택지 7%)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한 데에 따른 것이다.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민간분양은 공공택지 분양에 해당, 15%가 적용된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세종시 천도론'을 들고 나와서는 결국엔 세종시 세입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수장들이 연초부터 부동산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바라건데 시장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공무원들의 보유주택이 많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전 대표의 텃밭인 세종시를 모델로 전셋값을 잡아보기 바란다. 생존과 직결되는 전세문제는 한시가 급하다. 뭐라도 성과를 보여주길 제발 바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