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앞뒀던 2018년 1월과 다른 점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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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이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7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선 다우가 0.69% 올랐고 S&P 500 지수는 1.48%, 나스닥은 2.56% 급등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다우 지수는 3만1000선을, S&P500은 3800을 돌파했고 나스닥 지수는 1만3000선을 처음으로 넘었습니다.
월가가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는 더 많은 재정 지출만 있고 증세, 규제 가능성은 떨어지는 '블루 리플'로 풀어낸 덕분입니다. 전대미문의 '의사당 점거' 사태는 일회성 이벤트라고 치부했습니다.
제가 말한 기록은 뉴욕 증시의 다우와 나스닥 등 주요 지수의 사상 최고치 기록을 말한 게 아닙니다. (연일 최고치이다 보니 식상하죠) 테슬라, 그리고 비트코인을 말하는 겁니다.
테슬라는 이날 7.94% 폭등해 8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종가는 816.04 달러입니다. 작년 11월 S&P 500 지수 편입 뉴스가 나왔을 때가 400달러 초반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주가가 너무 비싸다"고 했던 작년 5월 당시 주가는 130달러 수준(액면분할 감안)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로써 시가총액 7735억 달러로서 간단히 페이스북(7654달러)을 추월해버렸습니다. 페이스북도 이날 2.06% 올랐지만 테슬라를 앞서기엔 힘이 부족했습니다. 테슬라는 이날로 10일 연속 상승이란 기록도 세웠습니다. 끊임없이 올라온 테슬라로서도 드문 기록입니다. 머스크는 주가 폭등에 힘입어 제프 베이저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아침 머스크 CEO의 순자산이 1885억 달러로 베이저스의 1840억 달러를 제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날 한 때 4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만 달러(12월16일) 돌파한 지 한 달도 안 돼 두 배가 됐습니다.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변동성은 큽니다. 지난달 2만, 3만 달러를 넘은 뒤에도 급락한 적이 있었는데 이날도 4만 달러를 넘은 직후 3만6000달러대까지 수직낙하했다가 다시 회복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사실 월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17년부터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해왔고 최근에도 "비트코인 믿고 사는 사람들은 그냥 놔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에 대해선 월가의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작년까지도 파산 가능성을 경고해왔습니다.
이런 월가가 이제는 너무 급속한 상승세에 두 손을 들고 있습니다.
① "테슬라 비관론, 내 잘못" 블룸버그에 따르면 RBC캐피털 마켓의 조셉 스펙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테슬라 주가에 대해 분석을 완전히 잘못해왔다고 시인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오랫동안 테슬라 비관론을 펼쳐온 그는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 하회'를 '시장수익률 평균'으로 바꾸고 목표주가도 339달러에서 700달러로 높였습니다. 그는 2019년 1월부터 테슬라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 투자등급을 매긴 뒤 약세 관점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동안 테슬라의 주가는 약 1200% 치솟았습니다. 스펙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치솟는 주가를 사용해 회사 확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면서 테슬라가 2025년에 170만 대를 판매해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로 20%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동안 월가에서 테슬라 비관론을 펼쳐온 사람은 한 둘이 아닙니다. 이번 주 목표주가 810달러를 외친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도 2017년 테슬라에 대한 분석을 시작한 뒤 계속 비관적 보고서를 내놓다가 작년 11월에야 처음으로 '비중 확대' 투자등급을 매겼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월가에선 테슬라에 대해 13명이 매수, 13명은 중립, 14명은 매도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② CS, 일주일만에 지수 전망 바꾸고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날 올해 S&P 500 목표치를 4050에서 4200으로 올려잡았습니다.
작년 11월에 발표한 목표치를 올해 정확히 일주일만에 바꾼 겁니다. 이날 S&P 500 지수가 3800을 넘어서 목표주가 목전에 달한 영향이 컸겠죠. CS는 백신 보급과 함께 민주당 정부의 추가 부양책 가능성 등을 감안해 경제 회복이 가속화되면서 올해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당초 주당 168달러에서 주당 175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③ 골드만삭스 솔로몬, "개미가 시장 바꿨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날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시장은 최근 상당히 활기차다. 다만 약간의 과잉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기적으로 더 많은 증시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내 생각에 시장을 확실히 좀 더 활기차게 만드는 데에는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참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그에 대해 좀 더 신중할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소매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지난 10년간 20%수준에 머물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40%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월가 금융사들이 지난해 상승장을 예상하지 못한 건 바로 그런 개미들의 대량 참여에 대해 과소평가했다는 게 솔로몬의 얘기였습니다.
실제 테슬라가 이처럼 오르는 건 "'고가에 사서 절대 팔지 않는"(buy high and never sell) 소매 투자자들 탓"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④ 골드만삭스, BOA는 경제 전망 상형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2021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에서 6.4%로 수정했습니다. 민주당의 추가 부양책이 7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그 배경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실업률 전망치로 더 낮췄습니다. 올해 말 4.8%, 내년 말 4.3%, 2023년 말 3.9%로 예상했습니다.
이렇게 경제 전망을 높이고 나면 통상 주가지수 목표치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게 뒤따릅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종전 2025년 초에서 2024년 하반기로 좀 더 앞당겼습니다. 블루 웨이브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더 빨리 고개를 들면Fed에 금리인상 압박을 가할 여지가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민주당의 추가 부양책이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⑤. 비트코인 4만 달러 돌파
비트코인은 이날 4만6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이것도 월가 주요 금융사들이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최근 급등세의 원인은 네 가지로 분석됩니다. 먼저 기관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고, 1인당 600달러의 부양책 수표가 배포되면서 그 돈 일부가 비트코인에도 유입되고 있다는 점, '블루 웨이브'로 인한 달러화 약세 전망에 대한 헤지 수요, 그리고 의사당 난입 등으로 인한 미국 국가 차원의 신뢰 저하 등이 지적됩니다. 이런 자산 상승세에 가장 큰 위협으로 지적되는 게 인플레이션, 그리고 여기에 동반될 금리 상승입니다.
현재 상승장은 기본적으로 Fed가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인플레가 만약 2%를 지속적으로 넘어버리면 Fed가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에 형성되어온 버블에서 일부 거품을 빼게 될 겁니다. 그동안 버블이 터졌던 건 항상 그런 식이었습니다.
현재 뉴욕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데요. 이는 Fed가 만들어낸 낮은 금리로서 설명이 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 때 "시장의 P/E(주가수익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사적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세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대적 위험프리미엄을 따지면 낮은 금리일 때 주가가 더 높아야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금리가 상승하면 이런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주가가 낮아져야하는 것이죠. 월가에서는 시장 금리가 1% 오르면 주가 밸류에이션이 약 18% 떨어져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연 1.09%까지 올랐습니다. 전날 블루 웨이브와 함께 1%를 넘은데 이어 이날 추가로 더 상승했습니다. 단기에 연 1.2%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증시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원래 작년 3월 Fed가 기준금리를 갑자기 제로로 내리면서 시장 금리도 덩달아 확 떨어졌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연 1.5%대까지는 별 다른 저항없이, 증시에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오를 수 있다"면서 "다만 그 속도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1% 초반대 금리는 경제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기보다는 향후 경제 성장을 예고하는 일종의 좋은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백신의 높은 예방율이 발표된 지난 11월 초 이후 10년물 금리가 두 달 이상 0.9%대에서 눌려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 이 정도 오른 건 늦은 숙제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이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상승하는 채권 금리는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연 1.2~1.3%대까지 간다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가 금융사들 대부분이 올해 말 연 1.5~1.6% 정도를 예상하지만 지금 속도처럼 곧바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그는 또 "금리가 더 올라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경우 Fed가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Fed가 나서서 장기 국채 매입을 확대하거나, 금리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를 넘으면 무제한적으로 사들이는 수익률곡선컨트롤(YCC)에 나서 금리 상승을 통제할 것이란 기대입니다.
현재 금융시장 상승에 기반해 경제를 끌고온 상황에서 증시가 흔들릴 경우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현 장세가 2018년 1월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당시 미 증시는 7년 연속 상승했고 주요 지수는 거의 매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투자자 심리는 달아올랐고, 기술적으로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죠.
그리고 2018년 2월 '볼마게돈'(Volmageddon ; 변동성이 초래한 아메게돈)이라고 부르는 대폭락과 함께 대규모 조정장이 시작됐습니다. 이 조정장은 그 해 말까지 지속됐습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지금과 2018년 초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Fed의 태도가 다르다. 그 당시엔 제롬 파월 의장이 지속적 긴축 방침을 내비쳤지만 지금은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다'고 천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