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법 해석 뒤집혔다…재개발 '대혼란' [집코노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법원 "다주택자 물건 개별 분양자격 인정해야"
법제처 해석 11년 만에 뒤집혀 혼란 커질 듯
법제처 해석 11년 만에 뒤집혀 혼란 커질 듯
재개발구역에서 다주택자의 물건에 대해 각각 분양자격을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정비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여러 채 가운데 한 채에 대해서만 분양자격을 인정한다는 기존의 법 해석과는 정면으로 배치돼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광주고등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지난해 6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항소가 있었지만 더 따질 필요 없이 2심 판결이 타당했다는 의미다. 1심을 뒤집어 다주택자의 물건에 대해 개별 분양자격을 인정한 2심의 판단이 확정된 것이다.
발단은 광주 학동4구역의 일부 조합원들이 분양권(입주권)확인청구소송을 내면서부터다. 이들은 학동4구역의 조합설립인가 이후 한 사람이 소유하던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각각 양도받았다. 이후 각자 조합원분양신청까지 마쳤다. 그러나 조합은 한 사람에게만 분양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했다. 부동산 여럿을 나눠가졌지만 새 아파트는 이들 전체에 대해서 한 채만 배정한다는 의미다.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도정법은 조합설립 이후 다주택자의 물건이 매매돼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될 경우 이 가운데 한 명을 대표조합원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조합원이 한 사람인만큼 분양자격도 한 사람에게만 인정된다는 게 조합의 논리다.
그동안의 법 해석도 마찬가지였다. 조합원 자격을 한 사람만 인정하더라도 분양자격은 별개로 취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법제처는 2010년 2월 대표조합원 한 사람에게만 분양자격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후 정비업계에선 법제처의 해석에 맞춰 다주택자의 부동산에 대한 분양자격을 처리해왔다.
그러나 이번 광주고법의 판단은 정반대다. 법원은 대표조합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등소유자의 조합원 자격부터 따졌다. 도정법은 관리처분계획 이후 양수한 이들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설립 인가 이후 양수한 이들의 경우엔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조합설립은 초기 단계, 관리처분계획은 마지막 단계다.
법원은 이에 따라 대표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등소유자를 법률상 완전한 비조합원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러 사람이 조합원 자격을 보유하되 의견 행사를 대리할 대표조합원을 조합에 등록해 편의를 도모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 각자의 분양자격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도정법은 재개발 사업의 분양자격에 대해 ‘조합원이 신청하는 것’이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신청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에 대해선 시·도 조례로 따로 정해 제외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관리처분계획 전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 대해선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하고 있다. 조합설립 이후~관리처분계획 전 다주택자의 주택을 양수한 이들도 해당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의결권 등 절차적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와 달리 분양신청은 각자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대표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등소유자들의 분양신청 자격을 박탈할 명문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분양자격을 따로 정하는 경우는 ‘지분쪼개기’ 등의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분양자격 판단에 대해 “오로지 투기 방지라는 공익적 이유를 들어 관계 법령을 유추하고 확장 해석해 분양신청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이 최종 확정된 이후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비업계가 술렁였다. 그동안 각자 분양자격을 인정하지 않던 다주택자의 물건에 대해서도 분양자격을 인정할 경우 실무에 큰 혼란이 예상돼서다.
다만 유사한 소송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분양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은 처분일부터 90일 이내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지나 무효소송을 낸다 하더라도 이전고시가 끝나 사업이 마무리됐다면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법조계는 재개발 분양자격에 대한 대법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이 이뤄지긴 했지만 대법원의 정확한 해석이 나온 것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선 유사한 사건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뒤 항소심이 서울고등법원에 계류중이다.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개별 분양자격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다물권자에게 양수한 이들의 단독 분양자격이 인정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광주고등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지난해 6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항소가 있었지만 더 따질 필요 없이 2심 판결이 타당했다는 의미다. 1심을 뒤집어 다주택자의 물건에 대해 개별 분양자격을 인정한 2심의 판단이 확정된 것이다.
발단은 광주 학동4구역의 일부 조합원들이 분양권(입주권)확인청구소송을 내면서부터다. 이들은 학동4구역의 조합설립인가 이후 한 사람이 소유하던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각각 양도받았다. 이후 각자 조합원분양신청까지 마쳤다. 그러나 조합은 한 사람에게만 분양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했다. 부동산 여럿을 나눠가졌지만 새 아파트는 이들 전체에 대해서 한 채만 배정한다는 의미다.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도정법은 조합설립 이후 다주택자의 물건이 매매돼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될 경우 이 가운데 한 명을 대표조합원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조합원이 한 사람인만큼 분양자격도 한 사람에게만 인정된다는 게 조합의 논리다.
그동안의 법 해석도 마찬가지였다. 조합원 자격을 한 사람만 인정하더라도 분양자격은 별개로 취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법제처는 2010년 2월 대표조합원 한 사람에게만 분양자격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후 정비업계에선 법제처의 해석에 맞춰 다주택자의 부동산에 대한 분양자격을 처리해왔다.
그러나 이번 광주고법의 판단은 정반대다. 법원은 대표조합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등소유자의 조합원 자격부터 따졌다. 도정법은 관리처분계획 이후 양수한 이들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설립 인가 이후 양수한 이들의 경우엔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조합설립은 초기 단계, 관리처분계획은 마지막 단계다.
법원은 이에 따라 대표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등소유자를 법률상 완전한 비조합원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러 사람이 조합원 자격을 보유하되 의견 행사를 대리할 대표조합원을 조합에 등록해 편의를 도모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 각자의 분양자격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도정법은 재개발 사업의 분양자격에 대해 ‘조합원이 신청하는 것’이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신청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에 대해선 시·도 조례로 따로 정해 제외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관리처분계획 전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 대해선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하고 있다. 조합설립 이후~관리처분계획 전 다주택자의 주택을 양수한 이들도 해당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의결권 등 절차적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와 달리 분양신청은 각자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대표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등소유자들의 분양신청 자격을 박탈할 명문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분양자격을 따로 정하는 경우는 ‘지분쪼개기’ 등의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분양자격 판단에 대해 “오로지 투기 방지라는 공익적 이유를 들어 관계 법령을 유추하고 확장 해석해 분양신청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이 최종 확정된 이후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비업계가 술렁였다. 그동안 각자 분양자격을 인정하지 않던 다주택자의 물건에 대해서도 분양자격을 인정할 경우 실무에 큰 혼란이 예상돼서다.
다만 유사한 소송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분양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은 처분일부터 90일 이내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지나 무효소송을 낸다 하더라도 이전고시가 끝나 사업이 마무리됐다면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법조계는 재개발 분양자격에 대한 대법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이 이뤄지긴 했지만 대법원의 정확한 해석이 나온 것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선 유사한 사건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뒤 항소심이 서울고등법원에 계류중이다.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개별 분양자격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다물권자에게 양수한 이들의 단독 분양자격이 인정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