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여러 건 가운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도 배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죄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너무 좋습니다"라고 입을 연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다. 그는 "이 소식만 기다렸다"며 "13일 서울중앙지법에 간다. 전날 먼저 올라가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같은 취지로 제기한 다른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소송은 배 할머니 등이 2013년 8월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배 할머니 등은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며 1인당 1억원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피해 할머니 12명 중 7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재판을 거부해온 일본 정부는 이날도 출석하지 않았다. 같은 취지로 이 할머니 등 20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판결은 오는 13일 나온다.

이 할머니는 "법원에서 처음으로 상징적으로 내린 거다"라며 "배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죄를 받아야 하는데…"라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는 "내가 왜 위안부여야 하냐"며 "일본이 언제까지 저럴지 모르겠다. 피해자가 있을 때 진정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저는 돈(손해배상액)이 아니라 사죄를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내가 있을 적에 사죄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죄를 안 하는 거다"며 "영원히 나쁜 나라가 되는 거다"라고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