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
"가수 박봄이 살을 10kg 넘게 뺀 걸 보니 확 자극이 오더라고요. 외부 활동이 줄면서 뱃살이 점점 늘고 있는데 난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싶었어요. 그래서 저녁 시간대에 도보로 음식 배달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니다 보면 확실히 운동을 한 기분이 들어요."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A씨는 살을 빼고 확 달라진 연예인의 모습을 보고 최근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유명인의 다이어트 사례는 매번 화제가 되며 대중들에게 큰 자극을 가한다. 원하는 체형의 연예인 사진을 걸어놓고 목표로 삼거나, 음식을 과다 섭취하지 못하도록 따끔한 일침을 날리는 모습을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걸어놓기도 한다. 이른바 '다이어트 자극 짤'.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보았을 일들이다.

최근 다수의 연예인들이 다이어트 성공 소식을 전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박봄은 물론 가수 허각, 방송인 서경석, 개그맨 조세호, 김현숙, 이세영, 배우 구혜선,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이 잇달아 체중을 감량해 화제가 됐다. 팝가수인 아델도 45kg을 감량해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다이어트 일상을 공유하는가 하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다이어트 과정을 공개하기도 하고, 전문 업체와 손을 잡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과거엔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개념에서 꺼리는 연예인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오히려 복귀를 앞두고 다이어트 과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의지가 꺾이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차원에서 SNS를 통해 다이어트 사실을 일부러 알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조세호, 박봄, 아델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SNS,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조세호, 박봄, 아델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SNS,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연예인과 다이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중에 보이는 직업의 특성상 중요 작품의 촬영을 앞둔 배우, 컴백을 준비 중인 가수 등 복귀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다이어트는 필수 관문이다. 하루 한 끼 식사로 간헐적 단식을 하는 1일 1식, 한 가지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과일과 야채로 만들어 체내에 쌓인 독소를 배출해내는 해독주스, 체내 단백질 시르투인을 활성화시키는 서트 푸드 다이어트, 칼로리를 대폭 줄인 걸그룹 식단까지 방법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연예인 다이어트는 눈에 띄는 감량 효과로 매번 '붐'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단마토, 토망고 등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흔히 알려진 대로 식단에 큰 변화를 가하는 방법은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연예인들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장기간 유지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 극단적인 방법으로 인한 다이어트 부작용을 고백한 연예인들도 여럿 있다. 그룹 에이핑크 보미는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아토피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으며, 가수 나비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가장 빈번하게 전해진 부작용은 요요였고, 이 밖에 공황장애나 거식증 등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스타 마케팅에 주력하는 한 다이어트 업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여러 연예인들의 성공 사례를 전하며 '건강 회복'을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타들의 화제성을 이용,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이들의 비포·애프터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는 자극적인 마케팅 방식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매번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지만 '건강한 살 빼기'라는 인식으로 귀결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다이어트 과정에서도 그늘은 존재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대적으로 다이어트 사실을 알리는 것의 명과 암이 뚜렷하다. 본인 의지로 시작을 알리는 거라 좋아하는 음식도 다 끊고 다이어트에 적극적으로 매진하는 반면, 눈에 띄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과 요요가 와서는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 같더라. 결국 계약관계에 따른 거라 비즈니스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일례로 가수 김태우는 과거 다이어트 업체의 체중 감량 및 관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모델로 계약을 맺었으나, 체중 감량 이후 요요 현상을 겪어 6500만 원 가량을 배상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무조건 연예인들의 방식을 쫓으려 하기보다는 본인의 일상적인 생활 패턴을 먼저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일시적으로 큰 변화를 주며 신체적,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건강한 체중 감량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여러 가지 연예인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 오래 지속하기 어렵거나 영양의 결핍·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유명한 연예인의 특정 다이어트 방법을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현재 본인의 식습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부분부터 고쳐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든 상황에서 꾸준한 '홈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직장인이 출퇴근을 하고, 학생들이 등하교를 하는 게 다 활동량에 들어간다. 이동이나 실외 활동, 운동 등을 합치면 하루에 몇 백 칼로리가 소비되는 건데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줄었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다시 옛날의 습관으로 돌아가면 체중이 늘 수 있다. 요요가 오지 않으려면 따로 운동시설을 못 가더라도 가사 노동이나 집에서 하는 실내 운동을 통해 부족한 신체 활동량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 역시 "유행하는 방식으로 살을 뺐다 하더라도 그게 계속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평소에 먹던 식습관에 맞춰서 칼로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원칙을 지켜가면서 살을 빼야 한다. 몸에 무리를 주고 스트레스를 주면 살이 빠지는 속도도 느려지고 요요 현상도 겪게 된다. 본인 생활 속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생활적인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이 자기 관리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나가서 운동을 못하니 살이 더 찌고, 혈당 조절도 안 되고,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며 "되도록 건강식을 챙겨 먹는 게 좋다. 고기도 채소에 싸서 먹거나 샐러드와 같이 먹는 등 세세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운동도 스쿼트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게 좋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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