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 트윈타워/사진=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 트윈타워/사진=뉴스1
LG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사상 초유의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역대 4분기 가운데 최대치인 64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5.6% 급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 기간 잠정 매출액은 분기 사상 역대 최대인 18조7826억원으로 전년보다 16.9% 늘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63조2638억원,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3조원(3조1918억원)을 넘었다. LG전자의 종전 역대 최고 매출액은 2019년 62조306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018년 2조7030억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럿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가전과 TV의 온라인 판매를 늘리고, 생산지 변화 등의 방식으로 그간 연간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상고하저(상반기 실적은 좋고 하반기 실적은 부진)' 징크스를 깬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1조900억원, 2분기 4950억원, 3분기 9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LG전자의 실적을 이끈 가전(H&A사업본부)은 4000억원 초반대, TV(HE사업본부)는 2000억원 초중반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3배와 2배 이상 뛴 것이다. 신(新)가전으로 불리는 스타일러(의류관리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판매 호조와 함께 LG 올레드 TV의 판매 증가 등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부품(VS사업본부)과 스마트폰(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2000억 초중반대, 600억원 안팎으로 적자를 계속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MC사업본부는 북미와 중남미에서 보급형 제품에 대한 매출 확대 등으로, VS사업본부는 유럽과 북미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로 전년 대비 각각 적자 폭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아이폰12'의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인 3000억원 초중반대, LG전자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500억원대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한 해 호실적을 거둔 LG전자의 올해 실적은 이보다 더 좋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50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안겨준 LG이노텍의 실적을 제외하고 올해부터는 LG전자의 순수 영업이익만으로도 연간 3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특히 미래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VS사업본부의 약진이 주목된다. 증권가는 VS사업본부가 올 3분기께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가전과 TV에 이은 또 하나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 규모 축소도 올해 실적에 긍정적일 전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신생활 트렌드 변화와 소비양극화로 프리미엄 가전 및 TV의 견조한 수요, 전기차 프로젝트 본격화에 따른 전장부품 공급 증가, 스마트폰 ODM 비중 확대 및 공장 이전에 따른 원가 구조 개선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