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역지침이 형평성 논란을 부르더니, 보완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더 황당해 자영업자들의 ‘방역 불복’ 움직임에 되레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지난 3일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를 2주간 연장하면서 태권도장 등 실내체육시설의 영업을 일부 허용한 반면 헬스장만 틀어막아 해당 업주들이 ‘오픈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어린이에 한해 동시에 9명까지만 교습하는 것을 조건으로 헬스장 운영을 일부 허용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형평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헬스장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보완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인지 알 것이다. 헬스장 업주들은 “이용객의 99%가 성인인 줄도 모르는 공무원들의 책상머리 정책”이라며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이러려고 이 엄동설한에 관장들이 울면서 하소연한 줄 아느냐” “정부가 말장난 대책으로 면피하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방역당국은 실내 체육시설이 밀폐된 공간에서 침방울이 강하게 배출돼 위험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바이러스학자인 조너선 볼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헬스장을 코로나 확산의 ‘핫스폿’으로 볼 근거가 없다”며 “환기, 거리두기 등을 통해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은 최근 이뤄진 3차 봉쇄 이전까지 ‘운동이 코로나에 대항하는 필수적 무기’라는 이유로 감염 위험이 ‘매우 높음’ 단계에 이르러도 체육시설을 무조건 폐쇄하지는 않았다. 미국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방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체육시설의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운영 중단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겨울철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체계적·과학적 방역보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낮술금지 등 막무가내식 통제를 거듭해왔다. 이로 인해 방역 신뢰는 추락하고 국민은 극도의 피로감과 생계난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 게 현실이다. 이래선 방역도 경제도 다 놓칠 수밖에 없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현실성·실효성을 높이는 방역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