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월마트, 유통 넘어 헬스케어 '격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조7000억달러 시장 잡아라"
인구 고령화·만성질환자 증가세
건강관리에 지갑여는 소비자 공략
인구 고령화·만성질환자 증가세
건강관리에 지갑여는 소비자 공략
‘마트에서 코로나19 백신 맞고 온라인으로 당뇨약 처방받고.’
한국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선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각종 규제가 없는 데다 온·오프라인 유통의 양대 산맥인 아마존과 월마트가 경쟁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게다가 헬스케어 시장과 의료보험이 민간 중심인 점도 아마존과 월마트가 “무조건 돌진”을 외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아마존은 이런 장점을 앞세워 헬스케어 관련 신사업을 잇따라 시작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새로 선보인 서비스만 해도 네 건이다. 기업과 기업 간(B2B) 거래,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엔 헬스케어 구독서비스인 ‘헤일로’를 공식 출시했다. 이용자가 스마트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인공지능(AI)이 체지방을 분석하고, 운동·수면관리법을 제시한다.
아마존은 같은 달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의료데이터 플랫폼인 ‘헬스레이크’도 공개했다. 의료기관이나 바이오 기업 등이 각종 의료 데이터를 저장·분석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각기 다른 임상데이터를 헬스레이크가 표준화해 주고, 이용 기관끼리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작년 11월엔 온라인 약국을 열었다.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웹사이트로 처방약을 주문받아 배송해 주는 ‘아마존파머시’다. 당뇨병 치료제부터 두통약, 피임약 등 각종 처방의약품을 취급한다. 18세 이상 아마존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미국 50개 주 중 45개 주에서 서비스를 운영한다. 자사 AI 시스템 알렉사엔 고령자 간병 지원 도구인 케어허브도 탑재했다.
아마존은 직원용 원격의료·보험 프로그램도 늘리고 있다. 작년 2월엔 본사 사무직만 대상이었지만 최근 일부 지역 물류 담당자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실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에 운영하는 일종의 시험 서비스다. 직원이 110만 명에 달하는 아마존이 자체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타 기업에도 팔기 시작하면 기존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월마트는 수많은 매장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소비자가 월마트 매장 안에서 진찰과 간단한 의료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월마트 헬스’가 대표적이다. 1차 진료소로서 기본 진료 외에 엑스레이 검사, 정신과 상담, 치과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19년 조지아주에서 첫선을 보였다. 월마트는 올해 월마트 헬스 지점을 최소 16곳 더 늘릴 방침이다. 대부분의 월마트에 약국이 있어 1차 진료소가 있는 매장은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마트에서 진단부터 처방약 전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월마트는 작년 7월엔 건강보험업계에 진출했다. 보험 에이전시인 ‘월마트인슈어런스’를 텍사스에 설립했다. 같은 해 10월엔 의료보험 기업 클로버헬스와 제휴를 맺고 조지아에서 건강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신기술도 속속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월마트는 통신 기업 버라이즌과 손잡고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같은 해 6월엔 디지털 의약품 관리 스타트업인 케어존을 인수했다. 케어존은 처방전과 처방약 정보를 읽어 들여 소비자가 어느 약을 사야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지 알려준다.
지난달 월마트는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유통 계약을 땄다.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망 덕분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에 보관해야 해 대형 냉동창고와 드라이아이스를 필요로 한다. 일반 의료기관이 저온 유통망(콜드체인)을 갖추긴 힘들지만 월마트엔 어렵지 않은 과제다. 매일 육류·채소·유제품을 매장까지 운반·관리하고 있어서다. 재고 관리도 훨씬 효율적이다. 톰 밴 길더 월마트 최고 의료책임자(CMO)는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로부터 10마일(약 16㎞) 이내에 산다”며 “이런 장점이 백신 보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헬스케어 시장은 아마존과 월마트에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브스는 “유통 기업은 차별화를 위해 새롭게 팔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며 “월마트나 아마존이 아직 팔지 않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매우 드문데, 그중 하나가 헬스케어 서비스”라고 분석했다. 가령 아마존이 처방약을 배송하기 시작하면 아직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고 있는 고령자도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 공룡들이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비자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월마트헬스에서 “건강 관리를 위해 녹색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소비자가 바로 옆 채소 코너에서 시금치를 사가는 식이다. 운동복이나 운동기구 판매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한 ‘블루 웨이브’도 헬스케어 시장 성장에 호재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블루 웨이브 하에선 전 국민 의료보험(오바마케어)과 비슷한 의료 정책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소비자 친화적인 헬스케어산업 발전에 탄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한국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선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각종 규제가 없는 데다 온·오프라인 유통의 양대 산맥인 아마존과 월마트가 경쟁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게다가 헬스케어 시장과 의료보험이 민간 중심인 점도 아마존과 월마트가 “무조건 돌진”을 외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원격의료 사업 키우는 아마존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최대 강점은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물류 인프라다. 서비스 이용자 수도 매우 많다. 아마존의 구독서비스 ‘아마존프라임’은 작년 미국 구독자 수 1억1800만 명을 넘겼다. 미국 인구(약 3억3300만 명) 중 약 35%가 구독자인 셈이다.아마존은 이런 장점을 앞세워 헬스케어 관련 신사업을 잇따라 시작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새로 선보인 서비스만 해도 네 건이다. 기업과 기업 간(B2B) 거래,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엔 헬스케어 구독서비스인 ‘헤일로’를 공식 출시했다. 이용자가 스마트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인공지능(AI)이 체지방을 분석하고, 운동·수면관리법을 제시한다.
아마존은 같은 달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의료데이터 플랫폼인 ‘헬스레이크’도 공개했다. 의료기관이나 바이오 기업 등이 각종 의료 데이터를 저장·분석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각기 다른 임상데이터를 헬스레이크가 표준화해 주고, 이용 기관끼리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작년 11월엔 온라인 약국을 열었다.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웹사이트로 처방약을 주문받아 배송해 주는 ‘아마존파머시’다. 당뇨병 치료제부터 두통약, 피임약 등 각종 처방의약품을 취급한다. 18세 이상 아마존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미국 50개 주 중 45개 주에서 서비스를 운영한다. 자사 AI 시스템 알렉사엔 고령자 간병 지원 도구인 케어허브도 탑재했다.
아마존은 직원용 원격의료·보험 프로그램도 늘리고 있다. 작년 2월엔 본사 사무직만 대상이었지만 최근 일부 지역 물류 담당자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실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에 운영하는 일종의 시험 서비스다. 직원이 110만 명에 달하는 아마존이 자체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타 기업에도 팔기 시작하면 기존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월마트 매장에서 엑스레이 검사도
월마트의 믿는 구석은 높은 접근성이다. 미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 4700여 곳을 운영한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주 방문 고객 수가 1억4000만 명에 달했다.월마트는 수많은 매장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소비자가 월마트 매장 안에서 진찰과 간단한 의료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월마트 헬스’가 대표적이다. 1차 진료소로서 기본 진료 외에 엑스레이 검사, 정신과 상담, 치과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19년 조지아주에서 첫선을 보였다. 월마트는 올해 월마트 헬스 지점을 최소 16곳 더 늘릴 방침이다. 대부분의 월마트에 약국이 있어 1차 진료소가 있는 매장은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마트에서 진단부터 처방약 전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월마트는 작년 7월엔 건강보험업계에 진출했다. 보험 에이전시인 ‘월마트인슈어런스’를 텍사스에 설립했다. 같은 해 10월엔 의료보험 기업 클로버헬스와 제휴를 맺고 조지아에서 건강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신기술도 속속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월마트는 통신 기업 버라이즌과 손잡고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같은 해 6월엔 디지털 의약품 관리 스타트업인 케어존을 인수했다. 케어존은 처방전과 처방약 정보를 읽어 들여 소비자가 어느 약을 사야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지 알려준다.
지난달 월마트는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유통 계약을 땄다.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망 덕분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에 보관해야 해 대형 냉동창고와 드라이아이스를 필요로 한다. 일반 의료기관이 저온 유통망(콜드체인)을 갖추긴 힘들지만 월마트엔 어렵지 않은 과제다. 매일 육류·채소·유제품을 매장까지 운반·관리하고 있어서다. 재고 관리도 훨씬 효율적이다. 톰 밴 길더 월마트 최고 의료책임자(CMO)는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로부터 10마일(약 16㎞) 이내에 산다”며 “이런 장점이 백신 보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헬스케어 시장은 유통 기업의 돌파구
아마존과 월마트는 헬스케어 시장을 차기 주요 먹거리로 보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3조7000억달러(약 4045조원)에 달한다. 일반 소비자가 건강 관리에 쓰는 돈은 매년 증가세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가계 헬스케어 연간 지출 규모는 2019년 1100억달러(약 120조원)에서 2026년 1730억달러(약 190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 추세에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이 같은 추세를 앞당기고 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는 것을 꺼리고, 대신 집에서 건강을 관리하려는 이가 많아졌다.헬스케어 시장은 아마존과 월마트에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브스는 “유통 기업은 차별화를 위해 새롭게 팔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며 “월마트나 아마존이 아직 팔지 않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매우 드문데, 그중 하나가 헬스케어 서비스”라고 분석했다. 가령 아마존이 처방약을 배송하기 시작하면 아직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고 있는 고령자도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 공룡들이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비자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월마트헬스에서 “건강 관리를 위해 녹색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소비자가 바로 옆 채소 코너에서 시금치를 사가는 식이다. 운동복이나 운동기구 판매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한 ‘블루 웨이브’도 헬스케어 시장 성장에 호재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블루 웨이브 하에선 전 국민 의료보험(오바마케어)과 비슷한 의료 정책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소비자 친화적인 헬스케어산업 발전에 탄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