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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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수도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의 3개 도시에 1주일 간 '금족령'을 내렸다. 베이징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분석된다.

허베이성의 성도 스좌좡(石家莊)시정부는 9일부터 시내 지하철과 버스, 택시 등의 운행을 모두 중단시켰다. 지난 7일 시민들의 시외 이동을 금지시킨 데 이어 도시 내 교통까지 정지시키는 강수를 발동한 것이다.

스자좡 방역당국은 향후 1주일 간 모든 주민에 집에 머무르라고 요구했다. 시내 모든 상점은 오프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온라인 배달로 전환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 등 후베이성 전역에 내려졌던 전면 봉쇄와 비슷하다. 스좌장과 우한은 인구 1100만여명의 공업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허베이의 싱타이(인구 740만명)는 8일부터, 딩저우(120만명)는 이날부터 차례로 시내·시외 이동 제한에 돌입했다. 허베이성 2000만명의 발이 묶인 것이다. 스자좡에서는 지난 6~9일 시민 전원에 대한 핵산검사를 실시했으며 곧 2차 전수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싱타이와 딩저우도 전 주민 대상 검사를 마무리했다. 올들어 허베이성에선 중국 전체에서 발생한 381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8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베이징대 제1병원의 왕광파 호흡기전문의는 이번 확산은 지역 주민들의 방역 의식이 해이해지고 사회활동이 재개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스자좡 확진자 다수가 같은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싱타이 확진자들도 장례식에 가거나 시험에 응시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허베이성의 확산세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한국의 경기도처럼 이 지역이 수도인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왕둥펑 허베이 당서기는 최근 전염병 확산 방지를 강조하면서 "수도 정치를 보호하는 '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30명 넘는 감염자가 나온 베이징도 자체 방역을 연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자국 내 다른 도시로 들어온 입국자는 3주가 지나야 입경할 수 있도록 하고, 베이징 공항 입국자에게도 기존 2주 격리에 1주일의 집중관찰기간을 추가했다. 또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농촌 지역의 대규모 행사를 금지하는 한편 미리 예매한 항공권과 기차표를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면서 시민들의 이동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대규모 인구가 이동하는 1주일 간의 춘제 연휴를 앞두고 있고, 3월에는 베이징에서 최대 연례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도 예정돼있는 만큼 현재가 방역의 고비인 상황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