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PC, 게임기기 등을 생산하는 정보기술(IT)기업에 우선 공급하면서 자동차회사들이 후순위로 밀린 때문이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은 올 1분기 유럽, 북미, 중국 등 글로벌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량이 10만 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 제조업체인 콘티넨탈과 보쉬 등이 협력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콘티넨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멈춰 섰던 자동차 공장들이 최근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업계의 수요 급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포드 등도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 FCA는 고급 세단인 ‘크라이슬러300’ 등을 생산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멕시코 공장의 재가동 시기도 늦추기로 했다. 포드는 미국 켄터키 공장을 1주일간 멈춰 세웠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서도 반도체 품귀로 감산이 확산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8일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미국 공장에서 픽업트럭 ‘툰드라’ 생산량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혼다는 소형 세단 ‘피트’를 감산하기로 했다. 이달 중국 공장 생산량을 3만 대가량 줄일 예정이다. 중국 공장 월간 생산량(약 18만 대)의 20%가 넘는 규모다.

닛산도 이달부터 소형 세단 ‘노트’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당초 1월에 1만5000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5000대가량 줄여 1만 대 정도만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일제히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도요타는 올 1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난 227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생산 목표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안정락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