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증시 구한 동학개미…이제 거품도 관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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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붕괴 美 중산층
'디지털환경'서 불안 분출
이를 악용한 '포퓰리스트'
민주주의·시장경제 위협
한국 증시 주도한 건
집·직업 구하기 힘든
젊은 '동학개미'들
'디지털환경'서 불안 분출
이를 악용한 '포퓰리스트'
민주주의·시장경제 위협
한국 증시 주도한 건
집·직업 구하기 힘든
젊은 '동학개미'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 취임을 눈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미국 의회가 점령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반란, 테러, 쿠데타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양대 상징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동시에 위협당하고 있다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1인=1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참가자 간 완전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첫째, 체제 기반이 평평해야 하고 둘째, 그 위에서 활동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전제조건은 두 체제가 태동할 당시부터 ‘과연 충족할 수 있을까’라는 논쟁이 붙었을 만큼 어려운 과제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두 체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큰 정부론과 혼합 경제’, ‘공산주의와 계획 경제’가 순차적으로 파고든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두 체제의 상징국인 미국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극복하는 방식도 두 체제가 작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복원시키는 것보다 더 악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금융위기 대처법으로 자산가와 근로자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주가 등 자산가격이 가치보다 훨씬 높게 올라가 ‘비이성적 과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증시에서 투자 기업의 가치와 주가로 나타나는 인간의 합리성은 가치에 합당하게 주가가 형성되면 ‘합리적’, 그렇지 못할 경우 ‘비합리적’으로 판단된다. 금융위기로 금이 가기 시작한 두 체제의 전제조건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발병 원인, 진행 방향 등 그 어느 하나 알지 못했던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일한 대처법은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을 격리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돈을 무제한 푸는 방식이다.
국가 주도의 강제적인 격리방안은 ‘언택트·디지털 콘택트’라는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정착시키면서 잘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잘되고 못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안 되는 ‘K’자형 구조를 심화시켰다. 소득 계층의 경우 가장 두터워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하루에 만원도 못 쓰는 BoP(Bottom of Pyramid), 즉 빈곤층이 세계 인구의 70%를 넘어섰다.
‘마이너스 금리’와 ‘무제한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초(超)금융완화 정책으로 주가는 비이성적인 논쟁을 뛰어넘어 ‘미쳤다’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는 PER(주가수익비율=주가/주당 순이익) 등과 같은 전통적인 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첨단 과학과 바이오 시대’라는 착각에 빠져 조기에 극복될 것으로 봤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언택트(재택)는 영구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부정적 편향으로 악화됐다. 디지털 콘택트는 BoP 계층 간의 연대성을 높여 사회적 불안의 분출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이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 ‘트럼피즘’과 같은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정치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외형상으로는 BoP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연연하는 정치꾼이라는 점이다. BoP 계층은 정치꾼의 실체가 드러나는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에 맹신한다.
의회 점령 사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4년 후 재선을 위해 ‘대선 불복종 프레임’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이다. 깨진다면 두 체제 복원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더 두터워진다면 미국의 또 다른 상징인 합중국이 ‘바이든국’과 ‘트럼프국’으로 분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가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오른 데는 직업과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 층이 주축이 된 동학개미들의 힘이 크다. 포퓰리스트가 많은 현 정치권과 정부가 과연 규제할 수 있을까?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경제와 증시를 구한 동학개미들이 이제부터는 스스로 거품도 관리해 나가야 할 때다.
schan@hankyung.com
‘1인=1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참가자 간 완전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첫째, 체제 기반이 평평해야 하고 둘째, 그 위에서 활동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전제조건은 두 체제가 태동할 당시부터 ‘과연 충족할 수 있을까’라는 논쟁이 붙었을 만큼 어려운 과제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두 체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큰 정부론과 혼합 경제’, ‘공산주의와 계획 경제’가 순차적으로 파고든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두 체제의 상징국인 미국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극복하는 방식도 두 체제가 작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복원시키는 것보다 더 악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금융위기 대처법으로 자산가와 근로자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주가 등 자산가격이 가치보다 훨씬 높게 올라가 ‘비이성적 과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증시에서 투자 기업의 가치와 주가로 나타나는 인간의 합리성은 가치에 합당하게 주가가 형성되면 ‘합리적’, 그렇지 못할 경우 ‘비합리적’으로 판단된다. 금융위기로 금이 가기 시작한 두 체제의 전제조건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발병 원인, 진행 방향 등 그 어느 하나 알지 못했던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일한 대처법은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을 격리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돈을 무제한 푸는 방식이다.
국가 주도의 강제적인 격리방안은 ‘언택트·디지털 콘택트’라는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정착시키면서 잘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잘되고 못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안 되는 ‘K’자형 구조를 심화시켰다. 소득 계층의 경우 가장 두터워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하루에 만원도 못 쓰는 BoP(Bottom of Pyramid), 즉 빈곤층이 세계 인구의 70%를 넘어섰다.
‘마이너스 금리’와 ‘무제한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초(超)금융완화 정책으로 주가는 비이성적인 논쟁을 뛰어넘어 ‘미쳤다’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는 PER(주가수익비율=주가/주당 순이익) 등과 같은 전통적인 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첨단 과학과 바이오 시대’라는 착각에 빠져 조기에 극복될 것으로 봤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언택트(재택)는 영구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부정적 편향으로 악화됐다. 디지털 콘택트는 BoP 계층 간의 연대성을 높여 사회적 불안의 분출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이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 ‘트럼피즘’과 같은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정치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외형상으로는 BoP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연연하는 정치꾼이라는 점이다. BoP 계층은 정치꾼의 실체가 드러나는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에 맹신한다.
의회 점령 사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4년 후 재선을 위해 ‘대선 불복종 프레임’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이다. 깨진다면 두 체제 복원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더 두터워진다면 미국의 또 다른 상징인 합중국이 ‘바이든국’과 ‘트럼프국’으로 분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가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오른 데는 직업과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 층이 주축이 된 동학개미들의 힘이 크다. 포퓰리스트가 많은 현 정치권과 정부가 과연 규제할 수 있을까?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경제와 증시를 구한 동학개미들이 이제부터는 스스로 거품도 관리해 나가야 할 때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