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카드 모두 흔든 김정은…"최대 주적 美 제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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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첫 메시지는 '核위협'
핵무력 증강·고도화 선언
南엔 변함없이 비난 퍼부어
핵무력 증강·고도화 선언
南엔 변함없이 비난 퍼부어

단순 위협용 핵무장 선언을 넘어 아예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고, 이를 고도화하겠다는 뜻을 대외에 공식 선언한 것이다. 핵을 일당 세습체제 유지의 방패로 삼는 동시에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와의 초기 신경전에서 협상 우위에 설 수 있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형적인 강경 전술로 분석된다.
“초대형 수소탄, 전술핵 완성 단계”
10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5일 이후 이날까지 계속된 8차 당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설정했다. 김정은은 “대외정치 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진행됐던 미국과의 모든 관계 개선 작업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분석이다.미국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핵과 ICBM을 다시 공식 언급하며 도발했다. 김정은은 “축적된 핵기술이 더욱 고도화돼 핵무기를 소형 경량화, 규격화, 전술무기화하고 초대형 수소탄 개발이 완성됐다”며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연구 사업도 마감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공연히 밝히며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이른바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번 당대회에선 비핵화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북한이 향후 미·북 협상이 재개되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로 핵 능력을 축소하는 핵 군축 회담을 하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남 무시·외면 전략 유지
미국을 향해선 핵 위협을 통한 관심 끌기에 나선 반면 우리 정부엔 기존 입장과 변함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한 관계의 책임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렸다. 김정은은 “남조선에서는 조선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反)공화국 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 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남조선 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 개선 조건도 일방적으로 내걸었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