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CES 2021에서 선보이는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   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CES 2021에서 선보이는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 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1일(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홀로그램 구현 기술 등 최신 연구성과를 공개한다. ETRI는 정부 출연연구소 가운데 유일하게 CES에 참가한다. ETRI가 선보이는 기술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지능형 음장보안 센서 세 가지다.

고성능·고효율 AI 반도체 선보여

AI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드론 등에 적용이 가능한 신기술이다. 딥러닝에 최적화된 칩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로도 불린다. NPU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처럼 사람의 학습과 추론 과정을 재현하는 반도체다.

ETRI가 개발한 AI 반도체(일명 AB9)는 40테라플롭스(1초에 40조 번 연산) 연산 능력을 갖췄다. 전력 소모량은 15W로 낮은 편이다. ETRI 관계자는 “기존 상용제품인 N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당 연산능력은 25배 높고, 전력 소모량은 2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칩 한 개 가격이 수십만원대로 GPU 칩 한 개 가격(800만~1000만원)보다 저렴하다는 게 ETRI의 설명이다.

ETRI는 10여 년간 연구 끝에 AI 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했다. 칩 내부는 메모리, 행렬 연산기, 데이터이동기, 명령어 디코더 등으로 구성됐다. 칩 하나엔 10억여 개의 트랜지스터, 컴퓨터의 실수(實數) 표기 방법인 부동소수점 연산기 3만2000여 개 등이 들어가 있다. ETRI는 AI 알고리즘의 기본 단위인 행렬 연산 최적화를 위해 칩과 칩 사이 구동을 매개하는 소프트웨어(SW)인 컴파일러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ETRI 관계자는 “상용 NPU 제품 중 반도체 칩과 컴파일러가 통합된 제품이 아직 없다”며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술”이라고 말했다.

360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컬러 홀로그램 영상을 모든 방향(360도)에서 관찰할 수 있는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홀로그램은 빛의 회절과 간섭 원리를 이용해 공간에 영상을 맺히게 하는 기술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패널의 일종인 공간광변조기(SLM)에 홀로그램 데이터를 입력한 뒤 빛을 적절하게 제어하면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패널의 픽셀 크기가 작을수록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범위(시야각)가 넓어진다. ETRI 연구진은 기존에 10도 이내 시야각이 나오는 3마이크로미터(㎛) 픽셀 패널을 1㎛로 줄여 시야각을 세 배(30도)로 늘렸다. 이 기술로 1.3인치 크기 패널에 5100만여 개 픽셀을 넣어 홀로그램을 구현했다.

지능형 음장(음파의 공간 분포 패턴) 보안 센서 기술은 소리를 이용해 무단 침입이나 화재, 독거노인 낙상 등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이 움직이거나 온도가 변하면 음장 역시 달라지는데, 미세한 소리를 흘려보낸 뒤 바뀌는 음파 정보를 수신해 상황을 감지한다. 영상, 적외선 센서에 비해 감지 사각지대가 없고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