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부산대 교수 "완치자 혐오 걷어내고 후유증 논의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너무 심합니다. 감염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습니다. 감염 후 무증상으로 넘어갔다가 완치 판정 뒤 후유증에 시달려도 이를 공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부산의 47번째 코로나19 확진자인 박현 부산대 교수(사진)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2월 25일 확진돼 입원 치료 끝에 3월 5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통, 기관지 이상, 가슴 통증, 만성피로 등 극심한 후유증과 싸우고 있다. SNS에 ‘부산47’을 운영하며 코로나19 후유증 정보를 공유 중이다. 확진부터 치료와 완치 판정, 후유증을 앓고 있는 현재까지를 담은 책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를 최근 출간한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박 교수는 ‘확진자’ ‘완치자’란 표현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체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무에만 집착하고, 코로나19 감염자들이 겪는 힘겨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영국 유럽 등의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에 대한 각종 과학적인 정보를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누가 어디서 누구를 감염시켰는지, 하루 신규 확진자가 몇 명인지 등의 자극적인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무증상 환자는 극소수라는 세간의 인식도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경우 처음엔 마른기침이 두 번 정도 나왔다가 물을 마시니 좋아졌다”며 “사흘 만에 갑자기 호흡 곤란이 와서 병원에 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중 약 80%가 무증상 또는 미미한 증상만 겪다가 자연 치유된다고 해요. 미국에선 자연 치유된 회복자 중 35%가 후유증을 겪는다고 보고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국가가 적극 알려야 하는데 그 노력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박 교수는 ‘완벽한 K방역에 흠집을 내기 위해 후유증을 지어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왜 이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나 하는 상실감 때문에 심적 고통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메일과 SNS 등으로 사방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나라 시스템이 잘돼 있으면 그곳으로 가라’ ‘글 쓸 정도면 아직 살 만한 건데 꾀병 부린다’ 등의 비아냥도 들었어요.”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뒤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며 행복을 누리고 싶어요. 코로나19가 제게 가르쳐 준 것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제 기록이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