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필 대표 "배달형 외식·가정간편식에 집중…커지는 키즈·실버 시장 잡을 것"
식자재 유통업은 수십 년간 산지에서 납품받은 식재료를 그대로 외식, 급식 업체에 공급하거나 간단한 전처리 과정만 거치는 단순한 사업이었다. 영세·중소 유통업자가 지역 기반의 식자재 시장을 형성해왔다.

변화가 더뎠던 식자재 시장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새 식자재 사업은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식재료도 원물 그대로를 납품하던 방식에서 1차 조리를 마친 반조리 형태의 식자재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 38조원. 이 시장엔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대기업과 1만여 개 중소업체가 진출해 있다. 업계 1위는 CJ프레시웨이다.

CJ그룹은 지난달 정기 인사를 통해 CJ프레시웨이 대표로 정성필 전 CJ푸드빌 대표(사진)를 선임했다. 정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인 구조조정 전문가다. CJ그룹 내 여러 계열사를 돌며 업황이 좋지 않은 회사들을 살려냈다.

정 대표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위기 속에 더 철저히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단체급식 환경이 더 어려워졌고 올해도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 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배달형 외식과 가정간편식(HMR)에 맞는 맞춤형 식자재 생산 라인을 구축해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CJ푸드빌에서도 외식기업 중 가장 빨리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선보이며 집밥 시대를 대비했다. 정 대표는 또 “단체 급식사업을 하는 만큼 인구 구조를 잘 봐야 한다. 키즈와 실버 시장이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IT)부문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다. 그는 “IT 기반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더 큰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말 위대한상사, 딜리버리랩 등 스타트업과 협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위대한상사는 외식 창업자에게 공유주방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딜리버리랩은 식당 점주가 필요한 식자재 품목을 신청하면 빅데이터를 통해 여러 납품사의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