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안 하면 바보 된다"…전세금까지 베팅하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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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빠진 대한민국
보증금 빼 뭉칫돈 증권계좌로
증권사엔 늦깎이 투자자 북적
보증금 빼 뭉칫돈 증권계좌로
증권사엔 늦깎이 투자자 북적
11일 오전 삼성증권 서울 잠실WM지점을 찾았다. 주식 열풍에 영업점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했다. 예상대로 북적거렸다. 앉아 있는 70대 A씨에게 요즘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10여 년 전 펀드 가입한다고 난리를 칠 때랑 분위기가 비슷한 거 같다”고 했다. 수십 년간 증권사 지점에서 직접 거래하고 있다는 A씨는 요즘 객장에서 ‘펀드 광풍’을 떠올렸다.
주식 열풍은 지역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개미들이 하루 4조원어치 넘는 주식을 쓸어담은 이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는 물론 강원 삼척, 전남 여수 등 곳곳에 있는 증권사 지점은 계좌 개설을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증시에 올라타려는 이들은 은퇴자금은 물론 전세금부터 예·적금까지 주식에 쏟아부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주로 사용하는 2030들도 마찬가지다. 대화 주제는 ‘주식’이었다. 이날 고려대 게시판인 ‘고파스’ 검색어 1위는 주식, 2위는 삼전(삼성전자)이었다.
이날 미래에셋대우 여수WM 지점에선 60대 남성들이 단체로 증권 계좌를 새로 열었다. ‘주식을 안 하면 바보 된다’는 친구의 권유에 은행에 있던 은퇴 자금을 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를 매입했다. 오전에 여수지점을 찾은 방문객은 30명이 넘었다. 김수완 미래에셋대우 여수WM 선임매니저는 “전국 지점에서 점심을 제대로 먹은 직원이 없을 정도였다고 들었다”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 부산에는 갑자기 방문객이 몰려 대기인원만 20명에 육박했다. 강원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혜림 유안타증권 삼척지점 PB(프라이빗뱅커)는 “하루 종일 삼성전자 매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작년 3월 코로나19 폭락장 직후만큼 지점 방문객이 늘었다”고 했다.
이들은 만기가 돌아온 주가연계증권(ELS), 예·적금 같은 기존 금융자금부터 전세금까지 주식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주식 투자를 위해 보증금 5000만원짜리 반전세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1000만원짜리 월셋집으로 옮겼다. 작년 4월 2000만원이 들어 있던 적금을 해지해 주식에 넣었지만 투자금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더 큰 전셋집으로 옮길지도 고민했지만 보증금을 주식에 투자해 목돈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늘어난 월세는 주식으로 벌어서 낼 생각이다.
주식을 ‘도박’처럼 여기던 이들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중학교 교사 정모씨(54)는 최근 생애 첫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도박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식 열풍에 예·적금 1억원가량을 찾아 삼성전자 등의 우량주를 매수했다. 그는 “지금까지 왜 주식 투자를 몰랐을까 싶다”면서도 “증시가 너무 급격히 올라 언제 떨어질지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식이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이날 한때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는 ‘주식’과 ‘삼전’이 나란히 검색어 1, 2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게시판에는 “삼성전자 9만3200원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9만1000원 됐네요” “주린이 지금 현대차 들어가도 될까요” 등 주식 관련 글이 넘쳐났다.
박재원/최예린/한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주식 열풍은 지역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개미들이 하루 4조원어치 넘는 주식을 쓸어담은 이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는 물론 강원 삼척, 전남 여수 등 곳곳에 있는 증권사 지점은 계좌 개설을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증시에 올라타려는 이들은 은퇴자금은 물론 전세금부터 예·적금까지 주식에 쏟아부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주로 사용하는 2030들도 마찬가지다. 대화 주제는 ‘주식’이었다. 이날 고려대 게시판인 ‘고파스’ 검색어 1위는 주식, 2위는 삼전(삼성전자)이었다.
친구 따라 증권사 간다
이날 오전 9시10분, 개인 순매수 금액은 1조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단 시간 1조원 돌파였다. 주말 새 몸이 단 개미들이 주식을 폭풍 매수했다. 일부는 증권사 지점에서 들어간 주문이다. 삼성증권 잠실지점에서 만난 여성 B씨는 20년 만에 계좌를 살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 주식으로 큰돈을 날리고 은행에만 돈을 넣어두다 삼성전자가 오르는 걸 보고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예금을 빼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이날 미래에셋대우 여수WM 지점에선 60대 남성들이 단체로 증권 계좌를 새로 열었다. ‘주식을 안 하면 바보 된다’는 친구의 권유에 은행에 있던 은퇴 자금을 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를 매입했다. 오전에 여수지점을 찾은 방문객은 30명이 넘었다. 김수완 미래에셋대우 여수WM 선임매니저는 “전국 지점에서 점심을 제대로 먹은 직원이 없을 정도였다고 들었다”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 부산에는 갑자기 방문객이 몰려 대기인원만 20명에 육박했다. 강원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혜림 유안타증권 삼척지점 PB(프라이빗뱅커)는 “하루 종일 삼성전자 매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작년 3월 코로나19 폭락장 직후만큼 지점 방문객이 늘었다”고 했다.
“주린이 현대차 들어가도 될까요?”
이 같은 주식 열풍은 지난해 통계에서도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증권투자에 들어간 돈은 총 40조4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주식과 펀드에 22조5000억원, 채권에 9조7000억원, 해외주식에 8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반면 은행 예·적금에 들어간 돈(금융회사 예치금)은 24조5000억원으로 10.3% 줄었다. 이는 70조원에 달하는 투자자예탁금으로 이어졌다.이들은 만기가 돌아온 주가연계증권(ELS), 예·적금 같은 기존 금융자금부터 전세금까지 주식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주식 투자를 위해 보증금 5000만원짜리 반전세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1000만원짜리 월셋집으로 옮겼다. 작년 4월 2000만원이 들어 있던 적금을 해지해 주식에 넣었지만 투자금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더 큰 전셋집으로 옮길지도 고민했지만 보증금을 주식에 투자해 목돈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늘어난 월세는 주식으로 벌어서 낼 생각이다.
주식을 ‘도박’처럼 여기던 이들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중학교 교사 정모씨(54)는 최근 생애 첫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도박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식 열풍에 예·적금 1억원가량을 찾아 삼성전자 등의 우량주를 매수했다. 그는 “지금까지 왜 주식 투자를 몰랐을까 싶다”면서도 “증시가 너무 급격히 올라 언제 떨어질지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식이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이날 한때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는 ‘주식’과 ‘삼전’이 나란히 검색어 1, 2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게시판에는 “삼성전자 9만3200원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9만1000원 됐네요” “주린이 지금 현대차 들어가도 될까요” 등 주식 관련 글이 넘쳐났다.
박재원/최예린/한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