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보호연대 "시설 개선 뒤 장기적으로 섬 폐쇄해야"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공원에 마련된 인공섬에서 토끼 수십 마리가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1일 토끼보호연대에 따르면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내 인공섬에는 현재 18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다.

해당 인공섬은 2012년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친환경 목적으로 조성한 토끼 사육장이다.

이곳은 '토끼섬'이라 불리며 관광객들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토끼보호연대 측은 이 섬에서 토끼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으며 당장의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한 회원은 "토끼섬은 물로 둘러싸인 외딴 섬에 산 생명을 가둬둔 토끼 감옥"이라며 바닷가 쪽에 위치한 송도 매서운 한파에 시달리고, 부족한 먹이와 늘어난 개체 수 탓에 땅을 파서 탈출하려다 죽은 아이들도 숱하다"고 주장했다.

토끼보호연대는 지난 8일 인천시설공단 관계자들과 현장을 찾아 관리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최승희 활동가는 "섬 안에 토끼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작은 움막뿐이었다"면서 "섬을 둘러싼 펜스 높이도 50㎝에 불과해 토끼들이 충분히 뛰어넘을 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로가 따로 없는 데다가 한파로 인해 물길이 얼어 스티로폼 뗏목으로 이동하는 등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토끼들의 물그릇도 얼어있었다"고 덧붙였다.

토끼보호연대는 인천시설공단에 토끼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고 펜스와 은신처 시설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전수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제한하면서 장기적으로 토끼섬을 폐쇄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인천시설공단 관계자는 "연대에서 제안한 개선 방향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토끼섬 폐쇄 문제는 주민 의견 수렴도 필요해 당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별에 따라 개체를 분류하고 좀 더 세심한 관리를 하기 위해 연대 측과 계속 소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