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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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및 영국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기회로 삼아 일본 정부가 NEC와 후지쓰 등 자국 통신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간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과 미국, 영국 정부가 일본기업의 5G 기기 및 기술 보급을 위해 연계를 강화하는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인 NEC와 후지쓰 등 일본 통신회사들이 열세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영국 양국정부는 통신기기 사업자를 다양화하기 위한 연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사회기간시설을 1~2개 업체에 의존하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G를 포함해 전세계 통신기지국 시장은 화웨이(33.1%), 스웨덴 에릭슨(25.0%), 핀란드 노키아(19.9%) 등 3개사가 약 80%를 과점하고 있다. 5G 시대를 맞아 관련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데 화웨이를 빼고나면 조달처가 사실상 1~2개 기업으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작년 11월 "통신기기 업체의 선택지를 늘리겠다"며 NEC와 공동으로 5G 통신망 구축 실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도 작년 하반기 국장급 회의 이후 일본 통신업체를 포함해 5G 기기의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또한 영국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NEC와 후지쓰는 일찌감치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제를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구상을 지지했기 때문에 유력한 대체기업이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5G 뿐 아니라 차차세대 통신규격인 6G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미국, 영국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및 영국 정부와 연계를 통해 5G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고, 이를 계기로 6G 시대의 주도권도 잡겠다는 포석이다.

미중 마찰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동맹국과 연계를 통해 통신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모양새다. NEC와 후지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0.7%와 0.6%다.

NEC와 후지쓰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NEC는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와 자본·업무제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지국을 개발하고 있다. 후지쓰도 해외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키타 다카히토 후지쓰 사장은 NTT, NEC와 연계해 해외사업에 참가할 가능성을 "선택지의 하나"라며 부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가 4.6%의 점유율로 전세계 5위를 달리고 있다.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3강을 추격하는 한편 일본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