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왕좌’를 내준 화웨이는 올해에는 7위까지 순위가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삼성전자, 화웨이 등 한·중 기업이 주도했던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애플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출발 늦은 애플 5G폰 '질주'…화웨이는 7위까지 밀려날 듯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 순위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7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4500만 대로 지난해(1억4600만 대)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작년 상반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화웨이의 부진에는 미국의 제재와 중저가 브랜드 ‘아너’ 매각이 영향을 미쳤다. 화웨이는 작년 9월 미국이 반도체 부품 수출을 금지하면서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11월에는 아너 브랜드를 매각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아너가 화웨이의 그늘을 벗어나면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웨이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아너가 떨어져나가면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해도 1, 2위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6700만 대로 예상해 선두를 지킬 것으로 봤다. 애플은 2억2900만 대로 지난해와 같은 2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격변이 예상된다. 애플은 삼성전자, 화웨이 등 경쟁사보다 1년 이상 늦은 작년 10월 첫 5G폰(아이폰12)을 내놨음에도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5G폰 5230만 대(점유율 19.2%)를 출하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4100만 대(15.1%)를 출하해 3위로 밀렸다. 1위는 화웨이(7960만대·29.2%)였다.

올해도 애플의 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SA는 올해 5G 시장에서 애플이 점유율 29.0%를 차지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16.8%로 2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화웨이의 부진과 애플의 5G 시장 진출로 삼성전자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린 상황이 됐다. 애플이 중저가 5G폰까지 여럿 내놓는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점유율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등 새 폼팩터(기기 형태)와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제품군)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