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중국인 취향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할 전용 디자인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 센터를 맡을 베테랑 자동차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중국 토종 스타트업들의 거센 추격에 맞서 현지 맞춤형 차종을 서둘러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미국 본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력 20년 이상의 디자인센터장을 채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센터장을 먼저 확보한 다음 20여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추가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상하이와 베이징 중 한 곳에 중국 전용 디자인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이 구체화되면 최종 부지를 낙점할 방침이다.

테슬라는 본사가 있는 미국 다음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팔고 있다. 지난해 50만대 가운데 3분의 1인 14만5000여대를 판매했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차량은 현재 준중형 세단 모델3 한 종 뿐이며,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모델Y를 추가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2022년에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이며 이 가운데 40만대 이상을 중국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형차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 전용 차종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테슬라가 2022년 출시 목표로 개발중인 양산형 완전자율주행차도 가격을 2만5000달러 안팎으로 책정해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주력인 모델3의 가격은 3만5000달러부터 시작한다.

테슬라가 중국 전용 모델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 중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토종 전기차 스타트업들에 대한 경계도 있다. 중국에서 '3대 신세력'으로 불리는 웨이라이(NIO), 샤오펑, 리샹(리 오토)의 지난해 판매량 합계는 10만3000여대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커졌다. 뉴욕증시 상장사이기도 한 이들은 그동안 조달한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중국 소비자에 맞는 신차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웨이라이는 전기차 가격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사용료만 받고 6개월마다 교체해 주는 리스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주력 SUV인 ES6를 테슬라 모델3(33만9900위안)보다 비싼 35만8000위안에 팔면서도 지난해 3만여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샤오펑은 고가 전자장비인 라이더(레이저 센서)를 활용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샤오펑은 자사 자율주행차가 테슬라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라이더를 쓰지 않는 경쟁사들보다 정밀도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샹은 ONE 한 차종으로 지난해 3만2000대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2022년 프리미엄급 세단을 내놓을 계획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