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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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잉글리시(32·미국·사진)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5호 확진자’다. 지난해 7월 초 열린 로켓 모기지 클래식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줄어든 대회 일정으로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하던 때였다. 잉글리시는 잔디도 밟지 못한 채 짐을 쌌다. 퇴원하고 2주 뒤 출전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전염 가능성이 있다며 주최 측이 ‘1인 플레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잉글리시가 새해 첫 우승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모두 날렸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출전 기회를 얻은 대회에서다. 잉글리시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96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새해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67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25언더파 267타를 쳤다. 이어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호아킨 니만(23·칠레)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코로나19 덕에 출전해 우승까지

약 8년간 이어진 잉글리시의 우승 가뭄을 끝낸 단비 같은 승리였다. 그는 2013년 6월 페덱스 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 첫승을 거두고 5개월 만인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을 추가했으나 3승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잉글리시는 원래 출전 자격이 없었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전년도 PGA투어 챔피언들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일정이 축소된 탓에 선수가 부족했다. 대회 주최 측은 잉글리시를 포함한 2019~2020시즌 투어챔피언십 진출자에게 출전권(16장)을 나눠줬다. 이 덕분에 그는 우승상금 134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안고 집으로 향하게 됐다.

잉글리시는 라이언 파머(45·미국)와 21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이날만 9타를 줄인 니만이 먼저 25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잉글리시는 마지막 18번홀(파5)을 남겨두고 24언더파로 니만에게 1타 뒤진 상태. 두 번째 샷을 홀 옆 약 3m에 붙여 이글 기회를 잡았으나 이를 넣지 못하고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잉글리시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에 보낸 뒤 퍼트 두 번으로 마무리하며 버디를 잡았다. 반면 니만이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퍼터로 친 네 번째 샷도 홀을 외면하면서 잉글리시의 우승이 결정됐다.
임성재가 11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 2번홀(파3)에서 아이언으로 티샷하고 있다.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친 임성재는 2020~2021시즌 두 번째 ‘톱10’ 성적을 냈다.  AFP연합뉴스
임성재가 11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 2번홀(파3)에서 아이언으로 티샷하고 있다.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친 임성재는 2020~2021시즌 두 번째 ‘톱10’ 성적을 냈다. AFP연합뉴스

임성재 등 PGA투어 기대주들 톱10

임성재(23)는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공적인 새해 첫 출발인 셈.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9타를 친 그는 최종합계 21언더파를 기록했다. 잰더 쇼플리(28·미국)와 공동 5위. 이로써 임성재는 지난해 11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준우승 이후 2020~2021시즌 두 번째 톱10 성적을 냈다. 특히 마스터스와 최정상급 선수들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인 이 대회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 기대감을 높였다.

임성재와 함께 PGA투어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불리는 니만은 비록 우승은 놓쳤으나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또 다른 ‘차세대 스타’ 콜린 모리카와(24·미국)는 20언더파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전날 경기 도중 동성애자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저스틴 토머스(28·미국)는 최종합계 24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7·미국)은 18언더파 공동 11위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