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PMIC)는 아날로그 반도체 중 하나로 전자기기의 각 부분에 필요한 전력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공급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아시아의 반도체 회사들은 지난 20년간 중앙처리장치(CPU)나 메모리 분야에서 서구권 선두주자들을 따라잡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대만의 미디어텍과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PMIC는 여전히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권 기업들의 점유율이 10% 수준에 그칠 정도로 시장침투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 분야 선두기업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맥심 등의 주가가 최근 신고가를 경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과 PC의 완제품 및 부품의 생산 주도권이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PMIC도 점차 아시아권 회사들이 담당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하지만 그 속도는 CPU나 메모리에 비해 엄청나게 느리다. 왜 그럴까.

CPU나 메모리는 한 번 개발한 디자인이 성공하면 몇억 개 규모를 팔 수 있는 시장이다. 한마디로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대단히 효율적인 분야다. 반면 PMIC는 전압별, 전류별, 전류형태별, 기능별로 수십만 가지 종류의 상품이 존재한다. 디자인별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에 비해 판매되는 종별 칩 개수나 단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PMIC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초기 스마트폰 모델은 4~5개의 PMIC만 넣으면 됐지만 요새는 10개 이상이 들어간다. 사물인터넷(IoT) 보급에 따라 전자모듈이 들어가는 모든 제품에 PMIC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생겨났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은 자동차의 전장화를 촉진해 고사양·고전력 PMIC 시장이 크게 성장할 기반을 닦아줬다.

PMIC 시장 규모는 연 30조원 정도로 아직은 CPU나 메모리보다는 작지만 이미지센서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는 비슷한 사이즈로 성장했다. 최근엔 TI의 마진율이 인텔을 앞서기도 했다. 매년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내놓아야 하는 CPU에 비해 PMIC는 같은 제품을 10년 이상 판매할 수 있는 롱테일 시장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마진율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르네사스와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이 PMIC에서 큰 매출을 내고 있지만 기존 다른 사업 대비 PMIC의 기여도가 작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는 대만 실러지와 중국 SG마이크로 등이 있다. 이들은 매년 30~40% 이상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우건 < JK캐피털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