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5%의 안정적인 수익률로 고액자산가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증시 호황에 ELS 투자자들이 상환된 금액을 재투자하지 않고 주식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직접투자 열풍에 ELS 인기 '뚝'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은 61조6000억원으로 같은 해 9월 말(72조원) 대비 10조4000억원(14.4%) 감소했다.

작년 4분기 ELS 신규 발행액은 26조9000억원으로 3분기(9조8000억원) 대비 174.5% 급증했다. 하지만 조기상환을 포함한 전체 상환 규모가 37조원에 달하며 신규 발행 규모를 압도해 발행잔액이 크게 감소했다. ELS 조기상환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ELS 조기상환이 늘었는데 신규 발행이 줄어든 것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통상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받으면 ELS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LS에 재투자되지 않은 금액 중 상당수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ELS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름 아닌 주식 직접투자”라며 “개별 주식에 투자해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연 3~5% 정도인 ELS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LS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심리가 강해졌다는 건 유형별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원금보장형 ELS 발행액은 1조7000억원으로 같은해 2분기보다 3조2000억원이 줄었다. 반면 원금비보장형은 같은 기간 2조4000억원 늘어난 8조100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ELS 시장 위축은 올해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이미 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부담감에 투자자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면서 여전히 발행보다 상환이 많다”며 “주식이 만약 조정을 받는다면 ELS 투자수요가 조금은 살아날 수 있겠지만 고난도 상품 판매와 헤지운용 등에 대한 규제 강화로 과거처럼 발행량이 크게 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