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밥 수요가 급증하는 와중에 '밥상 물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를 비롯한 날씨 영향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여파로 쌀, 계란, 돼지고기 등 가격이 동반 급등세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쌀(20kg) 도매가격은 5만6240원으로 전년(4만7100원) 대비 약 19% 상승했다.

쌀값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장마가 오랜 시간 지속되며 쌀농사가 흉년을 맞은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t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의 1968년 320만t 이후 52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을 기록한 셈이다.

실제 쌀 소매가는 지난해 장마철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국내 쌀 평균 소매가격(20kg)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5만1000원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7월 말 5만2000원 선으로 뛰더니 9월 말에는 5만3000원대로, 10월에는 5만6000원대로 증가했다. 이후 12월에는 쌀 소매가가 6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계란과 닭고기의 가격도 오른 상태다. 11일 기준 계란 한판(특란 30개) 소매가격은 6106원으로, 전년(5310원) 대비 약 15% 올랐다. 닭고기 가격은 1kg당 5652원으로 전년(5039원) 대비 약 12% 상승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1일 기준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누적 5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후 살처분된 산란계는 638만 3000마리, 육계 486만 7000마리, 종계 50만 1000마리, 토종닭 36만 4000마리에 달한다. 여기에 수시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까지 내려지면서 계란과 닭고기 가격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쌀이나 닭, 계란처럼 공급과 관련해 큰 이슈가 없는 먹거리 역시 가격은 전년 대비 상승했다.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100g 소매가격은 11일 기준 2109원으로, 전년(1680원) 대비 25% 올랐다. 고등어 1마리 소매가 역시 3536원으로, 전년(3313원) 대비 6% 올랐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채소류 가격도 고공행진세다. 시금치 1kg 소매가격은 6188원으로 전년(5308원) 대비 16% 상승했다. 양파는 1kg당 2541원으로, 전년(1607원) 대비 58% 폭등했다.

가공식품의 가격도 원가 인상을 사유로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풀무원은 이달 중 두부 가격을 최대 14%, 콩나물 가격은 최대 10%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4000원대 후반인 풀무원 국산 콩두부(300g) 제품은 5000원을 넘게 된다.

샘표식품 역시 오는 18일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제품 4종 가격을 평균 42% 인상한다. 샘표는 이미 지난 5일에도 깻잎과 명이나물, 메추리알장조림 등 통조림 제품의 가격을 평균 36% 올린 바 있다.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돼있는 상황에서 밥상 물가만 오르며 소비자가 물가 상승을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대인데 비해 밥상물가만 유난히 많이 오른 셈"이라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소비자들에게는 물가 상승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밥상 물가 상승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식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농축수산물은 섣불리 공급을 늘렸다가 물가가 폭락하는 등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수입 등의 방안으로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추이를 지켜보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