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B2B 대출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불법적으로 받는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이 설립한 기업의 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하자 금융권에서 대출만기 연장을 불허하는 등의 재무상태 위기를 염려해, 재무제표를 거짓 작성·공시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2심 재판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다. A씨의 변호인 측은 증거조사가 종료되자, 재판장에게 피고인 신문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재판장을 이를 불허하고 변호인에게 주장할 내용을 변론요지서로 제출할 것을 명령하며 변론을 종결했다.
대법원은 이 과정이 잘못됐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에 “검사 또는 변호인은 증거조사 종료 후 순차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서다.
대법원은 “재판장은 검사 또는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피고인 신문을 실시하는 경우 1심의 피고인 신문과 중복되거나 항소이유의 당부를 판단하는데 필요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신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할 수 있으나, 변호인의 본질적 권리를 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따라서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변호인에게 일체의 피고인 신문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권에 관한 본질적 권리를 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절차의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